( 어린 고양이라 털이 부스스 다 서 있다)
아기 길고양이가 우리집에 들어온 다음 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아기고양이를 살펴보더니 생후 2개월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고양이 사료라는 걸 사면서 이걸 어떻게 먹이는 거냐고 물으니 집에 가서 조금씩 줘 보라고 한다.
이 딱딱한 걸 애기한테 어떻게 해서 주는 건데요?
이걸 죽으로 끓이는 거야 뭐야... (고양이 밥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첨엔 물에도 불려서 줘보시고 애기가 먹는 걸 한번 보세요..
아기냥이가 우리집에 들어온 다음날이므로 아직 이름도 안 지었을 때라 그냥 병원에 가서도 이름을 애기라고 적었고, 이름을 짓기 전까지 애기야~ 아가~ 하고 불렀었다.
뭐.. 이름을 짓고서도 애기라고 부를 때도 많았고, 성묘인 지금도 아가!하고 부를 때가 많다.
고양이 사료에 대해서 전혀 무지하였으므로 그때 나는 딱딱한 사료를 늘 물에 불려서 줘야하는 걸로 생각했다.
병원에서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는 거실에 내려놓고서 옷도 갈아입고 부엌도 왔다갔다 하며 어쩌다가 보니 아기냥이가 화장실 변기 옆에서 구토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랐다.
애기가 전날까지 밖에서 살다 우리집에 처음 들어와 병원 다녀올 동안 먹은 게 별로(전혀?) 없는데,
나중에 생각할 때마다 기막힐 일을 내가 했던 게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우리 아망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옛날 어렸을 적에 집안에 들며날며 키우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애들은 늘 사람먹는 밥에다 다 먹은 생선찌꺼기같은 걸 주었던 것 같다.
이런 사료가 따로 있는 건 아기길냥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처음 알게 되었었다.
고양이 없던 집에 갑자기 고양이가 들어왔는데 애기가 배고플 것 같아서 갖다 준 게 간이 짭짤하게 되어있는 갈치 한 쪽이었다.
고양이는 무조건 생선을 좋아한다고 믿고 그걸 갖다 준 것이다.
근데 아기고양이가 먹는둥마는둥 했던 것 같다.
아이고.. 그 짭짤한 걸 덥썩 안 먹은 게 다행이다. 먹었으면, 오마나 잘 먹네 하면서 더 갖다 줬을테니.. 그 어린 속에 짭짤한 생선.. 아휴~ 아찔 하다.
한 입 먹었었는지 입에 대보다 말았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다음 날은 달걀 프라이 한 것을 조금 떼어서 그걸 주었다.
근데 그것도 역시 먹는둥 마는둥.. 밥도 물에 조금 말아서 줘도 거의 안먹은 듯..
한 입 먹었는지 어쨌는지..
그러니까 이 아기고양이가 밖에서 사람의 집에 들어온 건 전날 저녁 6시쯤이었고, 병원엔 다음날 오후 몇시쯤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때까지 먹은 게 별로 없는 상태인 거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와 구토를 한 것이다.
잘못되는 건 줄 알고 그때 무지 겁을 먹었었다.
구토물도 별로 없었는데..
왜 구토를 했는지..
나중에 우리들끼리 얘기하곤 했다.
짭짤한 생선을 한 입 먹었던 건지.. 그래서 그걸 토한 건지..
고양이에 대해 무식해가지고 짭짤한 갈치를 갖다 주었다고..
구토한 것을 처리하고 얼마 후 사료 그릇에 물을 바닥에 깔 듯하고 그 위에 사료를 조금 놓아서 불도록 한 뒤 아기고양이에게 주니 역시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로 두고, 물에 넣지 않은 사료도 몇 알 탁자 위에 올려 놓았는데,
어쩌다가 보니 애기가 물에 불린 건 별로 안 먹고서 탁자 위의 몇 알 물에 넣지 않은 건사료를 먹는 게 아닌가..
ㅎㅎㅎ 그때 얼마나 신기하던지..
먹으니 좋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냥이가 이제까지 밖에서 즈엄마랑 형제들이랑 같이 살다가 갑자기 너무 다른 환경, 아니 엄청나게 다른 세상으로 잡혀들어와 그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배는 고파도 금세 뭐가 먹어졌겠나.. 하는 생각을 뒤에 하게 되었다.
아니 애기가 먹기 부드러운 불린 사료를 안 먹고 그 딱딱한 걸 먹어?
암튼 어린 애기가 그 딱딱한 걸 먹는 게 너무 신기하면서, 처음으로 밥이란 걸 먹으니 참 기분이 좋아 자꾸 웃음이 나왔다.
고양이란 존재로 하여 이렇게 나는 좋아서 처음으로 ㅎㅎㅎ 웃었다.
이 웃음이..
사랑의 시작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알 턱이 없었다..^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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