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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Cats

무지개 다리 건너는 아이들...

by 해피로즈♧ 2010. 7. 19.

 

 

내가 어쩌다 고양이를 가슴에 품게 되어서는...

가여운 길고양이들 때문에 자주 마음이 참 아프다.

 

어젯밤은 잠도 제대로 못잤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자려고 누워서도 자꾸 눈물이 나고 잠을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어제 한낮에, 큰아이가  제 친구랑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친구가  우리집까지 오게 되었는데,

우리집 들어오는 입구에서 고양이를 보고는 큰아이에게 여기 고양이 두 마리 있다고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큰아이는 내게 얼마전 그 고양이들이 온 모양이라고 하여, 큰아이와 난 베란다로 달려가서 화단을 내려다 보았다.

그 사이 일층 아줌마가 외출하면서 그 고양이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어미냥이는 얼른 달아난 모양인지 우리가 내려다 볼 땐 안 보이고.

아주 조그만 아기냥이 한마리만 화단 앞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난 큰아이에게 사료봉지를 들려내보내고, 큰아이는 집 밖으로 나가 화단이 끝나는 옆쪽,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곳에다 사료를 부어주고는

아직도 화단 앞쪽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아이를 붙잡아 그 사료있는 곳에다 내려놓고 나갔었다.

 

며칠 사이 나뭇잎이 좀더 무성해져서 화단 끝나는 쪽의 사료 놓아 주는 곳이 우리집 베란다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궁금해서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어미고양이는 어디로 가서 숨어버렸는지 계속 안나타나고, 조그만 아기고양이가 혼자서 사료도 먹는 것 같지 않고

사료 놓아둔 곳을 지나 더 옆쪽에 올라앉아 얼마간 있더니 다시 화단 쪽으로 돌아와서 화단턱을 뛰어내려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다.

 

집안일을 하는 사이사이 몇번 거길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아까 그 아기냥이가 언제 거기 다시 왔는지 아까처럼 화단 앞에 앉아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건가.. 왜 지금도 혼자일까.. 전에 보았던 그 형제들은 어딨는 걸까..

 

내려다 보고 있으려니 그 아기냥이는 화단위로 뛰어올라가는데,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에서도 웬지 힘없어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힘겹게 화단으로 뛰어오른 아기냥이는 그 뒤로 나뭇잎에 가려져 보이질 않고, 나도 하던 집안일을 계속 하느라 부엌으로 들어왔었다.

가끔 내다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안보이고, 고양이 소리도 전혀 나지 않고 그러는 채 시간이 흘렀다.

 

밤 8시 반쯤였나..

컨테이너에 밥주러 가느라 집을 나서며, 아까 낮에 우리 큰아이가 화단 옆쪽에 부어준 사료가 어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그쪽으로 가서 살피는데,

사료 옆에 그 아기고양이가 앉아있는 것이었다.

내가 가까이 가서 그러는지 소리를 내는데, 아주 가늘고 약한 신음소리 같은 걸 짧게 두번 내었다.

그리고 사료는 조금밖에 안 남아 있어서, 아, 사료는 잘 먹었네~ 하며 더 부어주고 있었더니 아기고양이는 살그머니 안쪽으로 피했는데, 거긴 화단 벽과 무슨 건물벽 사이였다.

그 공간이 폭이 한 5~60Cm쯤 되려나..

그 벽 사이 입구쪽으로 몸을 피해 앉아있는 것을 쳐다보고는 왜 엄마를 이렇게 떨어져 있는지, 다른 형제들과도 떨어져 혼자 이렇게 여기서 힘없이 앉아있는지 궁금해하며 내가 신경쓰여서 먹지도 못할까봐 얼른 나는 컨테이너로 밥주러 갔다.

 

컨테이너에서 밥을 주며 시간을 좀 많이 지체한 뒤, 집으로 들어오며 다시 그곳을 살펴보니 밥은 내가 아까 다시 부어놓은 그대로이고 아기냥이는 안보였다.

혹시 아직도 혼자서 어두운 화단 어딘가에 앉아있나 화단을 조금 살펴보고 둘러보다가 아까 나를 피해 앉아있던 그쪽도 쳐다보는데 어두워서 좀더 유심히 쳐다봤더니 그 아기고양이가 아까 앉아있던 곳보다 한두뼘쯤 안쪽으로 누워 있었다.

 

에그~ 가여운 것, 왜 엄마는 안오는거야.. 엄마 기다리다 잠이 든 건가.. 아기냥이들은 잠도 많이 자던데, 고단한가보다..

근데 저러다 혼자 계속 엄마 떨어지게 되는거 아니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서 있는데

우리 라인 오른쪽 일층집에서 아저씨가 창문을 새로 고쳐 여닫으며 나를 쳐다보는 것이 신경 쓰여서 얼른 그 자릴 떠나 집으로 들어왔다.

 

 

 

 

(며칠전 포스팅한 사진)

 

집에 들어와서도 계속 마음이 쓰였다.

어서 어미가 와서 같이 데리고 갔으면... 싶었다.

주말 알바하고 있던 큰아이가 궁금하다고 그때쯤 전화를 해왔고, 나는 상황을 얘기 해주고..

소파에 누운 채 잠이 들었다 깨다 그러면서 시간이 좀 지난 뒤, 막둥이더러 집 앞 화단에 좀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어미가 와서 데려갔는지, 아직도 혼자 그러고 있는지 좀 보고 오라고..

나갔다 들어온 막둥이가 하는 말,

"애기고양이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뭐? 무슨? 자고 있겠지~ 넌 그런 말을 왜 해~ 애기고양이들 잘 자잖아~ "

"숨은 쉬고 있는데 꼬리를 건드려봤더니 움직이지 않아~"

"아니야 자느라구 그럴거야~ 종일 엄마 찾고 기다리느라고 지쳤나보다~"

 

주말 오후 동안 알바 하는 게 11시에 끝나는 큰아이가 12시에야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만 두는 알바생이 있어서 그 시간에 송별회겸 통닭을 시켜서 먹으며 모여앉았다고 조금 늦겠단다.

그래서 들어올 때 아기고양이가 있는 거기 좀 살펴보고 들어오라고 일른 후 소파에서 비몽사몽하며 큰아일 기다리고 있는데,

화단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난 후다닥 베란다로 달려가 내려다 봤지만 어두워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 그 애기고양이가 자고 일어나서 엄마를 또 찾는 모양이구나..

목소리가 매우 애처롭기는 해도 아까처럼 힘없는 소리가 아니어서 그래도 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우리집 라인의 다른 집들이 신경 쓰일만큼 고양이가 오래 우는 것이었다.

듣기 싫다고 신경질들 내며 고양이 미워할까봐 내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매우 애처로운 소리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슬프기도 하고..

엄마를 부르는 소리같아서 나는 그어미가 이 소릴 좀 듣고 빨리 와주길 바라며 보이지도 않는 화단을 자꾸 내려다 보았다.

 

큰아이가 송별회를 마치고 1시가 넘어 귀가를 하는 소리에 현관을 내다보니 큰아이가 현관에서 냉큼 들어오질 않고 펑펑 울어댄다.

"엄마, 그 애기고양이 죽었어~~"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아아, 가여운 것..

큰아이와 내가 추측하기로,

어린 것이 먹지도 못하고, 고작 어쩌다 겨우 먹은 것이 이 푹푹 찌는 더운 날에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탈이 나고, 그 상태로 먹을 물도 없이 탈수증도 왔을 것이고..

 

마음이 아파서 글도 쓰기 어렵다.

펑펑 울던 큰아이는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나에게 저대로 저기에 둘 수는 없지 않냐고, 나가서 옮겨놓기라도 하자고 하였다.

사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이라 며칠 후 발견되면 사람들이 싫은 소리를 할 게 뻔했다.

태어나 한달이나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가엾게 죽었는데 죽은 뒤에까지도 사람들에게 나쁜 소릴 들을 게 너무 불쌍하였다.

그런데 시간은 새벽 두시쯤..

어디다 묻어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 시간에 어디로 묻으러 갈 수도 없고,

심약해빠진 여자 둘이 어찌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그 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곤 새벽에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눈에 띄게 옮겨놓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보다 생각보다 담대한 우리 큰아이가 고무장갑을 끼고 신문지로 보듬어 싸서 청소하시는 분들이 지나시는 곳에 옮겨놓고 들어왔다.

눈물범벅인 채로..

큰아이는 낮에만 해도 그 아길 붙잡아 체온이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몸을 만졌었는데, 몇 시간 후에 이렇게 가여운 주검을 대하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내가 컨테이너로 밥주러 나갈 때,

화단 끝에서 사료를 더 부어주는 나를 피해 앉았던 모습.

그러니까, 어제 이 아기냥이는 사료를 하나도 못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 생각엔 병이 나 있었으니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몇 시간 전 뭘 먹을 수 있었겠는가..

 

 

오늘 늦은 아침, 이 아기의 어미를 보았다.

화단에서 울음소리가 나서 얼른 내려다보니 그 사료놓인 곳에 나뭇잎 사이로 모습이 보였다.

아기냥이가 앉아있던 곳이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던 곳이기도 하다.

어제 늦은밤에 내가 들었던 그 애처로운 소리는 이 어미가 와서 제 새끼를 보고 낸 슬픈 울음소리였다.

 

길고양이들을 내가 다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마음만 아프고 슬프다.

 

가엾고 가여운 아기냥이는 고양이별에 도착했을까? 

그곳에선 깨끗하고 좋은 음식 제대로 먹고 꼭 행복하려므나!!

나는 너희들을 어떻게 해줄 수 없고, 겨우 이렇게 눈물이나 흘리고 있다. 

아가야! 다음 생엔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아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