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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Cats

살아있었구나, 아가야~ 눈물나게 반가운 노랑이..

by 해피로즈♧ 2010. 7. 14.

 

 

 

요즘 컨테이너냥이들 밥주러 다니는 일이 힘이 빠져 있었다.

그렇게 여러날 동안 그 아기냥들이 통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매우 안좋고,

사료도 다음날 다시 주러 가보면 잔뜩 남아 있는 날도 많았다.

그 아기냥이 삼형제가 도대체 어찌 이리 안보이는지..

그렇다고 다른 냥이들이 와서 사료 먹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기냥이 삼형제들을 통 볼 수 없었던 한 달 반 동안 다른 길냥이들도 겨우 두 녀석을 본 게 다였다.

 

전날 주고 온 사료가 다음날 다시 주러 가보면 싹싹 비워져 있지도 않으니 밥주러 다니는 보람이나 재미도 없어져서 밥주러 나가기 귀찮은 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서울에 있을 때는 매일 꼬박꼬박 다녔던 것이 그 아기냥이 삼형제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바램으로였다.

제발 살아 있기를, 살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일밤 밥가방을 들고 나갔다.

 

삼형제 중에 한 녀석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밥배달을 나가며 정말 그 녀석들이 참 많이 보고싶었는데,

꽤 여러날 동안 그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아, 그저께 늦은 밤에 그곳으로 노랑이가 왔다.

노랑이가 살아있었다.

 

 

 밥주러 가는 일이 재미가 없으니  귀찮아서 밍기적거리며 하루 쯤 쉴까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기냥이 삼형제를 만날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으로, 

다른 때보다 한 30분 쯤 더 늦게 가서  막 사료를 그릇에 붓고 있는데,

아아, 노랑이가 컨테이너 밑 저쪽편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아가~ 그동안 왜 한번도 안보인거야~

어디서 지내고 있니~

너 그 노랑이 맞는거지?

니 형제들은 어딨어? 까망이랑 카오스, 니 형제들 잘 있니?

아가~ 많이 먹어~

 

나는 기뻐서 계속 노랑이에게 말을 했다.

 

 

저쪽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쓰며 먹다말고 자꾸 그쪽을 쳐다보기도 하며 노랑이는 사료를 먹고 

 

 

 참 이쁘게도 물도 먹어주고는

 

 

 다 먹었는지 컨테이너 뒷편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얼른 따라가봤다.

이대로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웠다.

 

 

 컨테이너 뒷편 계단을 올라간 뒤 그 주변의 쓰레기통 있는 곳을 한번 기웃거린다.

사료 먹고 가서 쓰레기통은 왜 기웃거리는거야.....

 

 

 쓰레기통을 떠나 그 반대편 길에 주차된 빨간 차 앞으로~

 

 

그러더니 그 차 앞에 털썩 눕는다. 

내 앞이기도 하다.

 

 

 이 모습은, 노랑이가 차 앞에 누워 있는데 저 창문이 잠깐 열렸다가 닫혔다.

열렸다가 닫히는 창문을 향하여 노랑이는 발딱 일어나더니 창문 앞으로 얼른 다가갔다.

 

 

 그러고서 저렇게 창문 앞에 한동안 저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거기서는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지금 사진 작업을 하면서, 혹시 그 창문 안에서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이 노랑이에게 먹을 것을 자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창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는 그리 발딱 일어나 얼른 거기로 가지, 창문 열리는 기척에 보통은 경계를 하며 다른 곳으로 피하는 게 일반적인 길고양이 행동이지 않나...

그래서 별로 굶주리지 않으니 사료 먹으러 컨테이너 밑으로 열심히 오지 않은 것일까?

그런 것이면 참 좋겠다.

그렇게 잘 얻어먹고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창문 앞에 얼마간 그러고 있더니 차 밑으로 들어간 것 같아서, 어두운 차 밑에 사진기를 대고 셔터를 눌러 확인해보니 역시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선 어두워서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차 밑에 저런 게 떨어져 있다.

창문에서 노랑이에게 던져 준 것들인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저녀석은 차 밑에 있으니 빗방울을 맞지 않을테지만 나는 빗방울을 맞으면서도 그 자릴 금세 떠나지 못하고 조금 더 그 녀석 가까이 있었다.

노랑이는 창문 앞에 있다가 창문이 계속 열리지 않고 빗방울이 떨어지자 차 밑으로 들어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빗방울은 조금 더 굵어지는 듯 하고, 녀석은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한숨 주무실 포즈여서 그만 집으로 돌아왔다.

매우 오랫동안 안보여서 노랑이녀석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날마다 오늘은 혹시나.. 또 오늘은 혹시.... 하면서 밥가방 들고 갔었는데,

그저께밤 노랑이를 보게 되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그 빗방울을  맞으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주 가볍고 경쾌하였다.

 

못보는 사이 이제 아기냥이에서는 완전 벗어나 청년 고냥이가 된 모습이지만,

그 아기 노랑이가 맞을 것이다.

 

고맙다, 고맙다. 아가야~

이렇게 무사히 살아있어줘서 정말 고맙구나. 노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