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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Cats

굳세어라, 길냥아~ 이 눈물나는 것들아...

by 해피로즈♧ 2010. 7. 15.

 

 

우리집 들어오는 입구 화단에서 며칠 전 고양이를 봤었다.

고양이를 보기 전에 소리를 먼저 들었었는데,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다 보니 고양이가 내는 소리 중에  저것이 어떨 때 내는 소린지 조금은 짐작되어지는 소리가 서너 가지쯤은 있다. 

가령, 발정이 났을 때 내는 소리라든가, 위기에서 내는 다급한 소리, 그리고 새끼를, 혹은 어미를 부르는 소리, 배고파서 내는 소리 등..

 

 

 

 며칠 전, 창밖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에 부엌일 하고 있다가 재빨리 창가로 달려가서 밖을 내려다보니,

중코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를 걸으며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를 내더니 담벽을 타고 화단으로 내려와 옆쪽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아, 저기로 고양이가 다니는구나...

 

그래서 그날 밤에 밥가방 들고 나갈 때, 그 화단 가에다 사료를 한줌 쥐어놓고 지나갔다.

그런데 컨테이너 밑에 사료를 주고 집에 들어오면서 보니 그때까지도 사료가 그대로 있었다.

 

요즘은 더운 계절이라 밥가방 들고 나갔다 들어오면 땀이 많이 난다.

걷기 운동을 겸하느라 밥배달 나가는 길에 운동이 되도록 조금 더 걷고 들어오면 들어오는 길로 사료가방 던져놓고 욕실로 곧바로 직행해야 한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서 이제는 나갈 일이 없으니 잠자리로 들어갈 차림새로 있는데,  

그 화단쪽에서 또 고양이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얼른 창밖을 내다보니 어두운 화단에 고양이가 있는 것이 희미한 불빛으로 보인다.

 

잠자리 들어갈 차림새로 간단하게 입고 있던 나는 후다닥 옷을 다시 갈아입고 작은 사료통을 들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

아까전에 내가 화단가에 한줌 쥐어놓은 사료 주변에 모여 있었다.

나 때문에 사료를 먹지도 못하고 피해달아날까봐 가까이 못가고 쳐다보고 있으려니 다행히 아기냥이들은 저 자세로 가만히 있고,

어둔 곳에서 잘 안보여 알 수 없지만 어미인 듯한 고양이는 옆으로 달아나는 중이다.

피해 달아나다가 멈춰 서서 나를 보는데,

"우리 아기들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 그러는 것 같다. 내 생각에~

 

 

 

 

 

 한줌 쥐어놓았던 사료를 어미고양이가 발견하고서 즈 새끼들을 데리고 온 건지... 

이 네 마리가 그 한줌 갖고는 양이 턱없이 모자랄 것이어서 좀더 줘야겠는데, 그러기 위해 가까이 가면 모두 후다닥 달아날까봐 일단 한쪽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두우니 플래쉬를 터뜨려 사진을 찍는데, 그 번쩍이는 불빛에도 아기냥이들이 달아나지 않았다.

 

 

 한 녀석이 사료를 먹고 있고 다른 두 녀석은 차례를 지키고 있다.

어미는 화단 한쪽에 숨어서 잔뜩 경계하며 새끼들을 지켜보고~

 

 

 

 

 

 

 

 

 

 가까이 못 가고 줌인하여 찍어다가 집에서 사진을 보니 이 까만 아기는 거미줄로 만든 나뭇잎 귀거리를 달고 있다.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아기냥이들 달아나지 않고 다른 한쪽에도 사료를 놓아주는 데 성공(?) 했다.

 

 

 조그만 아기고양이 세 마리가 참 예쁘기도 해서 한쪽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아기냥이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같은 라인에 사는 일층 아줌마가 외출에서 돌아오며 고양이들을 발견하더니,

워이!  웨이~~ 왜 여기 있엇!!

가!! 가!! 저리 갓!!

마구 쫓았다.

내 조그만 움직임에도 경계하며 피해 달아날까봐 아주 조심하며 사료를 더 놓아주고, 예쁜 아기냥이들에게서 눈을 못 떼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일층 아줌마가 모질게 쫓아내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안좋아서, 최대한 상냥한 어투에 미소를 보이며 

"아이, 왜 그러세요~~" 말렸더니,

"아, 저 고양이새끼들 시끄러워요~~" 하면서 끝내 모지락스럽게 쫓아버리는 것이었다.

시끄럽긴 뭘 시끄러웠다고...

아주 가끔 어쩌다 소리 나드마는...

 

마음으로야 그 아줌마가 얄미웠지만, 싫다고 그리 쫓아버리는데 어쩌겠는가..

내가 길냥이들 이뻐하고 가엾게 여기는 것처럼 그 아줌마는 고양이가 싫고 시끄럽다는데...

 

 

 

 

 내가 놓아준 사료를 다 먹지도 못하고 고양이들은 쫓겨가버렸다.

 

 

 

 쫓겨 가면서 뒤를 돌아보는 아기 고양이에게 나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인간들을 대신하여 마음으로 사과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애기들아 미안해!!

 

그럴 수 있다면 다음 생엔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고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고양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으로...

 

 

 뒤처쳤던 아기냥이 한마리도 나중에 뒤따라 내려가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쫓아가보니 주차된 차 근처에서 차 밑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가 다른 곳으로 총총총 가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 뒤론 이 고양이가족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들이 못(안) 볼 때 지나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밤에 밥가방 들고 나갈 때마다 쉽게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쪽에다 사료를 부어놓곤 했는데,.

다음날 가보면 싹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날은 하나도 먹지 않은 채 빗물에 불어있을 때도 있었다.

그 사료를 먹은 고양이가 꼭 저 고양이가족이라고 볼 수는 없다.

몸집이 투실한 다른 고양이가 그 사료 옆에 있는 걸 보기도 했으니...

 

예쁜 그 아기고양이가족은 그 뒤로 한번도 안오는건지..

어디서 지내고 있는건지...

 

길냥이들아 미안하다.

너희들의 공간까지 다 빼앗아 살면서도 인간들은 늘 부족하구나...

그리고 너희들의 공간을 빼앗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그 속에서 너희들이 좀더 굳세어져라!!

굳세어라 길냥아~ 이 불쌍한 것들아~~

그저 가여워서 눈물나는 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