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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Cats

묘생이란 무엇일까요~

by 해피로즈♧ 2010. 6. 2.

 

 

길냥이 밥 배달 시간이 들쭉날쭉이어서 그런지 냥이들을 잘 못 만난다.

저녁 일곱시에서 열 시 사이로 내가 편한 시간에 맘대로 배달 다니다 보니 애들이 밥이 있나 보러왔다가 없으면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알 리가 없다.

저번에 경주에 가서 있던 17일 동안은 막둥이에게 밥배달을 시켰는데,

17일 동안 세번은 빠뜨렸다고 하였다.

학교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학원가는 날은 그길로 학원 들러서 집에 오면 늦은 밤시간이 되니 그런 상황에서 꼬박꼬박 밥주러 가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번 빠뜨린 건 그래도 밥배달을 비교적 열심히 잘 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긴 밥주러 갈 때 올라가는 계단 아래인데, 경주에서 올라와 3~4일을 꼼짝 못하고 앓고 난 뒤 아직 비실거리는 몸으로 오랜만에 밥주러 갔던 날 만난 노랑이다.

계단을 올라가 컨테이너 밑에 사료를 부어놓고서 어떤 녀석이 밥먹으러 올까.. 하며 조금 기다리고 서 있는데, 계단 아래 쓰레기집하장에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났다.

노랑이녀석하고 노랑이보다 조금 큰 노랑녀석이었는데, 조금 큰녀석은 이 차 밑으로 쑥 들어가버린 후 한참 동안 나오질 않고,

작은노랑냥이는 쓰레기 봉투를 물어뜯다가 그 쓰레기봉투가 저 있는 쪽으로 쓰러지면 그것에 놀라며 화들짝 달아나기를 몇번 하면서 냐응냐응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배가 고픈 것이다.

아가야~ 이리와~

아가~ 이리와라~~

이리로 올라오면 밥이 있는데, 안올라오고 쓰레기봉투를 자꾸 건드리며, 그게 쓰러지면  놀라서 달아나고 계속 그러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이리 오라고  불렀지만 부른다고 올 애들인가..

그리고  내가 밥주러 당도하기 전에 이곳에 밥이 있나.. 하며 이미 다녀간 뒤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계단을 내려가 주차된 차 아래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얼마간 저러고 차 밑을 들락거리다가

내가 계단 위로 다시 올라가는 사이 지두 어느 틈엔가 거의 날으듯이 계단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밥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오며 가느다란 소리로 아응거린다.

매우 배가 고파서 보채는 듯한 소리로 느껴졌다.

 

 

 

아줌마 오래토록 어디 갔다왔어요? 왜 아줌마가 안오고 다른 애를 보내고 그래요~                                               도대체 왜 그러는거양~  아응~ 배고파~~~

그렇다구 아줌마한테 눈을 흘기느냐 이 녀석아~  

 

 

아이~ 이뻐라~~ 물도 먹어주고~

 

컨테이너 밑 저~~ 안쪽에 그동안  밥그릇으로 쓴 용기들이 날아들어가 있다.

막대기를 뻗어도 닿지 않는 깊숙한 곳이어서 쳐다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고양이 밥 주느라 저런 용기들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닌다고 나중에라도 청소하시는 분이 보게 되면 고양이를 미워하거나 해코지라도 할까 싶어서..

그래서 차라리 바람이 세게 불어 컨테이너 밖으로 날려나갔으면..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럼 내가 치울 수가 있으니..

그런 신경이 쓰이는 터라 요즘은 비 오는 날 빼고는 밥그릇을 안쓰고 그냥 바닥에 쏟아준다.

 

 

 

 이제 살 거 같아요~                                                                                  아줌마, 잘묵었슴다아~

                                                                                                                     근데 너 이녀석, 감사 인사하는 게 아니고 졸고 있는거 맞쥐?

 

 

 

아아옹~ 살기 힘들어여~  

인간들도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 않단다. 아가야, 씩씩하게 살아야지!!

 

 

 

                                                                       묘생이란 무엇일까여.....

 

 

아줌마는 혹시 알아여? 

 

모르죠? 알기는.. 쥐뿔을 알겄어~~~                                                               헤헤~ 내 혼잣말이니 화내진 마로요~~~                    

 

 

 

웬일로 안가고,  발라당 하면서  뒹굴래망굴래~~ 하는 모습이다.                                                                           뒹굴래~~

 

 

                          고물고물해보이는 몸을 좀 만져보고 싶어서 손을 살짝 뻗었더니 얼른 경계를 하며 컨테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아니 왜 만질라 그래여~ 하악~~                                                                           또 만질라 그러기만 해봐~~ C~

 

 

 

 

 

 근데 왜 안가고 계속 여기 이러고 있는지..

제 형제들, 까망이와 카오스는 다 잘 있는지...

 

 

 

내 가까이 와서 카메라의 끈을 톡톡 건드리는 걸 찍은 모습이다.

그렇게 가까이 와있지만. (지를 만져보려는) 내 조그만 손놀림에도 후다닥 컨테 밑으로 달아나버린다. 그래, 녀석아 그래야 한다. 잘하는 짓이다.^^

이 녀석이 밥을 먹고도 안가는 바람에 한시간이 넘도록 거기서 녀석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날 앓고난 뒤라 기운도 없고, 시간도 많이 지나서 그만 집으로 돌아오려고 계단을 내려올 때도 녀석은 계속 그곳에 그러고 있었다.  

 

 

 

아가~ 아줌마는 그만 간다~ 너두 가봐라~

 

이쁜아줌마~ 낼 또 올거죠?

그럼~ 이눔아~ 맨날 오지~

 

 

 그럼 시간좀 맞촤 오삼~~~~

 근데 이 녀석, 글케 암데서나 졸면 안된다!!

(첨으로 이쁘게 찍혔네~^^*)

 

 

 

이제 아기냥이 티를 벗고 있다.

에휴~ 녀석의 고달픈 묘생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