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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여행

대천 어항 투어에서.. 어린날의 기억

by 해피로즈♧ 2009. 12. 5.

 









김장을 끝내고 서울 올라오기 전 잠깐 어항투어를 했다.

대천 어항은 내가 대천에 살았었으면서도 지금 이 나이까지 다 합쳐 너댓 번 정도 밖에 안 갔다.

어항이란 델 첨 간 건 여고 2학년 땐가, 조금 친하게 지냈던 女물리선생님과 몇 친구들과 함께..  

어떤 친구들이랑 갔었는지 오늘 생각하니 전혀 깜깜하다.. 이런...

 

 

 

 

                                             멀리 보이는 기찻길은 2년 전엔가 새로 개통된 기찻길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파란 지붕 건물이 新대천역사.

                                             이 기찻길을 지나 어항으로 차를 달리다가 잠시 멈추고서, 온 길 뒤돌아보고 찍은 사진이다.

                                             대천역이 새로 지어져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친정 가는 길이 불편해졌다. 멀어졌기 때문에.

 

 

 

여긴 갯바다 초입부분쯤 되는 곳

 

 

 

 



옛날에 어렸을 때 여기로 동네 친구들 따라 조개(바지락) 잡으러 왔던 곳인데,

지금은 조개 채취도 금하는가 보다... 

너무 많이들 잡아다 먹어서 씨가 말랐나...

옛날, 난 아주 쪼끔밖에 안잡았는디... 아니 정확하게는 못잡은 거지..

동네 애들은 한바구니씩 잡는데 나랑 동생은 둘이 바구니 밑바닥을 겨우 덮을 수준..

우리 바구니를 들여다보던 동네 친구들이 안됐는지 한줌씩 우리 바구니에 넣어주었었다.

동네 친구들은 꽤 자주 조개를 잡으러 가곤 했지만, 나와 동생은 그때 처음 따라가서 얼마나 힘든지 그 후론 두번 다시 가지 않았다.

요즘같이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그 시절은 순전히 걸어서 갔다오는 길이

더구나 어린 나이로선 너무너무 멀어 힘들고 거기다 목이 말라서 혼났다.

지금이야 플라스틱 물병도 얼마나 흔해빠진가..

너무 준비도 없이 덜렁 친구들 따라 갔다가 힘들어 죽을뻔 했다.

더구나 힘들게 집에 도착했는데, 그날 우리 엄마 아버지가 부부 싸움을 하셔서

살벌한 집안 분위기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동생과 나는 집 밖의 마당가에 주저 앉아 울었었다.

먼길 힘들게 오가며 잡아온 얼마 안되는 조개도 그때 무슨 맘으로였는지 풀섶에 쏟아 내뻐리며 울었다.

할머니랑 아버지를 미워하며~

우리 엄마 아버지의 잦은 부부 싸움은 늘 100% 할머니가 조장하셨다.

부부싸움이란 말도 어쩌면 맞지 않는 말이다.

순해터지셨던 엄마가 언제나 천하에 둘도 없을 효자인 아버지의 일방적인 공격을 받으시던 상황이었다.

나는 할머니를 무지무지무지 싫어했다.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울었다.

하나도 슬프질 않았다.

 

 

                                                                                                                아홉수멍이라 부르던 곳. (사진 속의 중간 쯤 파란색)

                                                                                                                지금 생각하니 "수문"을 그리 부른 것 같다.

                                       

 

갯바다를 마주하고 선 그 잠깐의 몇 분 동안,

가정불화가 잦았던 어린 시절이 갑자기 확~ 떠올랐다.

 

 그 시절 동네 친구들 모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 갯바다를 보고 있으려니 그 친구들도 와락 그립고...

        

 

 

 

하얀 새들이 있는 갯벌 풍경은 낭만스럽고 예쁜 분위기를 만든다.

 

다시 차를 달려 어항으로~

 

 

 

 

구운 쥐포를 한입 크기로 찢어주며 고객 유치하는 모습~

(빨간모자 언니. 가게 이름이 빨간모자였던 것 같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인터넷에 올릴라구?"

^^*^^

 

 

삶이 갑자기 파닥파닥 싱싱해지는 곳~^^

 

 

 

 

그런가하면.. 바로 옆 한쪽에

덤덤하게 건조되는 일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