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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3일 만에 부활하여...

by 해피로즈♧ 2009. 11. 3.

 

  

          

                                                             

         

약 3일간을 두통을 싸안고 누워 끙끙대다가 겨우 일어났다.

지난 토요일 저녁 무렵부터 체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걸 그냥 약하게 넘어갈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여느때 체했을 때처럼 치룰 걸 다 치루고 넘겼다.

 

오늘 아침까지도 두통이 깨끗하게 가시질  않고 기분 나쁘게 한쪽 걸쳐있더니 점심무렵에서야 손털고 떠난 듯 하여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

오늘까지도 죽을 먹어줘야 좋겠지만 걸핏하면 먹게되는 죽이 싫증이 나는고로

소화도 잘되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찹쌀로 밥을 지어 만 3일 만에 밥을 먹으니 이제야 살맛이 난다.

 

그러나 기분이 산뜻하게 피어오르진 않는 게 날이 어두워선가..

전엔 이렇게 한 사흘 죽도록 앓고나면 머리가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이 너무너무 행복했었는데...

 

나는 라면도 좋아하지 않아서 1~2 년에 한번 먹을까말까 하는 정도인데,

그걸 지난 토요일 점심에 먹었었다.

밀가루 음식과 감, 배는 음식 궁합이 별로인 걸까?

라면을 먹고 나서 단감 한 개와 배 반 쪽을 먹고 난 후 탈이 나서 그런 생각까지 하며 누워있었다.

물론 내 부실한 몸 탓이지만..

그리고 딴 때는 그런 조짐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수지펜도 쓰고 걷기운동을 하고 그러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그런 게 하기 싫었다.

그러면서 고통의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내려 손 하나 들어올리기도 싫은 무의욕과 무력감에 온통 푹 잠겨 있었다.

 

 

그러하오나..

나는 누구인가...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태이지만, 달콤이의 오줌똥 뒤치닥거리와 소소한 말썽을 뒷처리 해야하는 것이다.

아망이 하나면 별 일거리도 없는데 달콤이한테 가는 잔손질이 두배도 넘는다.

그렇게 번잡스런 녀석을 안방에 들여놓으면 할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거실에 누워 녀석들과 함께 있으려니 달콤이 화장실 모래냄새까지 두통을 더해준다.

안방에 혼자가서 이불 덮고 누워있고 싶은데, 그러고 있으면 문 열어달라고 얼마나 보채며 울어대는지,

그 귀여운 울음소리를 무시할 강심장이 어딨을까..

무거운 머리 두손으로 붙들고 일어나 문열고 나가면 냐응 냐응~ 매달리고 발라당거리고 고르릉거리고 난리다.

할 수 없이 자극적인 모래 냄새 맡으며 녀석들 쇼파에 같이 데리고 누워 앓았다.

 

내 몸이 얼마나 힘든 상태인지 모르는 막둥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길가에서 본 새끼고양이 얘길 한참 늘어놓는다.

"또 줏어오지 왜~"

"헤헤~

"어째 그냥 왔어? 엄마 할일 없는데 또 줏어다 주지 않구?"
"쫓겨날까봐~ 헤헤헹~"

                                                    

 

 아직 달봉이네서 얘기들은 그 돼지털 구두솔이라는 걸 안사와서 내 옷은 완전 고양이털옷이다.

그렇지만 테이프질 열심히 하면서 수시로 안는다.

이렇게 안는 맛도 없이 데리고 살 순 없다.

녀석들 안는 맛이 얼마나 죽여주는데...^^

사랑의 완성은 안는 것이 아니던가...  (오잉? 이거 얘기가 갑자기 성인물로...  ㅋㅋ)

내가 3일만에 부활하여,

오랜만에 찰밥 한사발 먹고 이제 살만 한가 보다..

 

암튼..

안 아픈 게 행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