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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Cats

캣맘의 눈물, 길 위의 생명을 가슴에 품은 죄

by 해피로즈♧ 2013. 5. 8.

 

한동안 바쁜 생활 속에 내 카카오톡의 친구 리스트를 훑어볼 여유 없이 지내다가

며칠 전, 경주의 캣맘님에게 연락을 하려고 카카오톡의 캣맘님을 클릭하면서 

캣맘님의 프로필 사진과 "아가야"라는 상태메시지에 내 시선이 잠시 붙잡혔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서 보니 드문 회색옷의 고양이가 밖에서 사료를 먹고 있는..

 

 

 

 

그래서 캣맘님, 이 회색 고양이는 집고양이같은데 어찌 길에서 사나요? 하고 물었더니

캣맘님이 일하러 다니는 곳에서 만난 고양이인데,

사진으로는 큰 고양이로 보이지만 5~6개월 정도 밖에 안된 아직 어린 고양이로 

위험한 도로 가에서 살고 있는 불쌍한 고양이라고 하였습니다.

 

 

 

 

먹을 것도 없이 가끔 누군가가 던져주는 빵조각이나 먹으며 

그 추운 겨울에도 도로 가의 차 밑에서 살았다는데,

그런 곳에서 어떻게 추운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그 가까운 곳에 무슨 공사장이 있는 모양인데,

그 공사장 인부 아저씨가 가끔 빵조각을 던져준 듯..

 

 

 

 

그러다가 한달 반 쯤 전에 이 캣맘님의 눈에 띄어 사료를 얻어먹게 되었는데..

 

이 아기가 사는 곳이 너무 위험하여 캣맘님은 매우 고민스러웠겠지요.

집으로 데려갈 형편도 못되고, 입양 되는 일도 어렵고..

그래서 전처럼 자매할머니댁 철장에라도 데려다 놓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아가야, 너를 어쩌면 좋으니..

 

하면서, 사료를 가져다 먹이기나 하는 날들이 하루 이틀.. 한달.. 한달 반..

그렇게 안타깝게 지나는 날들 속에

내게서 웬 고양이냐는 물음이 날아온 것..

 

 

캣맘님은 이런 일로 자꾸 내게 연락하기도 어려우니 그냥 그렇게 있다가 

내가 프로필 사진을 보고 물으니 이 아기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며 

 

입양 좀 할 데가 없을까요?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지요.

 

♠ 한번씩 사람들한테 죽도록 혼이 나고 쫓겨나면서도 

거기가 지 사는 데라고 떠나지 못하고 사는 불쌍한 냥이에요.

순하기는 또 얼마나 순한지..

 

거기 아저씨가 밥도 못주게 하고 나보고 데리고 가라고 하는데  

그럴 형편도 못되고,

여러 군데 입양처를 알아봤지만 주위에 키울 사람도 없네요.

미치겠어요.

 

이 아이 입양처 좀 알아봐 주세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이이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이에요.... ♠

 

 

 

에혀..

입양이 어디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그래도 일단 아이의 얼굴이 보이는 사진이 좀더 있냐고 하니 다음날 가서 더 찍어오겠다고 하고 

캣맘님과 그날은 거기서 얘기를 끝냈습니다.

 

 

 

 

그러고서 그 다음날 오후엔 

 저번에 제가 시험 준비한다고 했던 그 자격 시험,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낮은 합격률 속에 합격을 하여 더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는 합격자 보수교육이 있어서 다음날 이른 아침에 경주를 출발하여 대구에 갔었지요.

교육 중이면 전화를 못받는데, 마침 10분 휴식시간에 캣맘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벨에 캣맘님 이름이 뜨면 나는 긴장을 하게 됩니다.

거의 매번 긴박하거나 안좋은 일로 연락을 받게 되는 캣맘님 전화이다보니.. 

 

그래도 이번 전화는 엊그제 얘기한 그 회색아이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하며,

사진을 찍어봤는데,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이 별로 없다는 건가?

아님 그냥 사진 보냈으니 빨랑 확인하고 입양처 좀 얼른 알아봐 달라고?

아니면.. 아이가 좀 아픈가?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을 후다닥 하며 통화를 눌렀습니다.

 

 

 

 

아아..

 

그런데

 

뭐 이런 일이..

 

 

 

이 불쌍한 녀석이..

 

 잘못됐답니다.

 

 

 

그 열악한 도로 가에서의 위태위태한 삶은 결국 이렇게 끝나버린 것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 어린 몸 안전하게 누일 곳 없이 

도로 가 차 밑에서 영위하던 가련한 삶은 역시 로드킬로 마감되고 말았습니다.

 

캣맘님은 그날따라 조금 늦게 그곳에 갔더랍니다.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피투성이가 된 아기의 주검을 대하게 된 것이지요.

불과 한시간 내외의 일이었던 듯 아기의 몸은 아직 따뜻한 상태라고,

 

자기가 늦지 않고 다른 날과 같은 시간에 그곳에 가기만 했어도 아이가 그런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하며

켓맘님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아프게 웁니다.

 

캣맘들은 가슴 아프고 울일이 많습니다.

길 위의 가엾은 생명들을 가슴에 품은 죄 아닌 죄로..

 

 

도로 가 차 밑의 아슬아슬한 위험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 모진 냉대 속에 6개월 짧은 생을 살다 간

회색 어린 고양이의 삶과 그 끝이 가엾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은 안전한 곳에 갔을까요?

 

 

아가야, 미안하다.

네가 살았던 험한 세상의 사람으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아프구나..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이 땅에 말고, 

부디 길고양이에 너그러운 땅에서 

행복한 고양이로 태어나려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