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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경주에서 띄웁니다. I'll Miss You

by 해피로즈♧ 2010. 5. 3.

 

 

모처럼 봄다운 날씨를 보여주던 오월 첫날,

두달 여만에 기차를 타고 경주에 내려왔어요. 

지난 4월 30일, 막둥이의 일주일간의 시험이 끝나는 날, 그날 곧바로 경주행을 예정했었지만,

움직이지 못할 일이 생겨 그 다음날인 토요일날, 그 비우기 힘든 집을 비로소 떠났습니다.

 

 

 

차창밖, 오랫동안 춥게 비어 있던 가지마다 연둣빛으로 일제히 돋아난 참 에쁜 봄빛이 님 만나러 내려가는 마음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새 달 첫 날이라 새로 비치된 KTX매거진까지도 빳빳한 새 것으로 산뜻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온통 연둣빛과 꽃그림...

차창 밖도 오월 매거진도 모두 봄빛이 찬란합니다.

 

올해 봄은 참 더디게, 힘들게 왔습니다.

너무도 슬프고 아프고 안타까운 일들을 치루며 오느라 그리 힘들게 왔는가...

그 가누기 힘든 엄청난 아픔, 슬픔 위로 화사한 빛을 드리우기가 멈칫거려지는 일이었을까..

 

봄빛을 채워 넣은 옆 페이지에  

봄이 슬프다고 써놓은 글귀에 웬지 눈이 한참 머물렀어요.

 

 

 

매거진을 다 읽는 사이 기차는 동대구역에 도착하는데, 

경주에 가려면 동대구역에서 내려 환승해야 합니다.  

얼마후엔가는 서울역에서 경주역까지 곧바로 날아가는 날도 머지 않은 듯 한데, 그게 그닥 반갑지도 않습니다.

경주역이 지금은 경주 시내에 있지만, 새로 옮겨갈 새 경주역사는 경주 시내에서 좀 떨어진 건천(읍?)이란 데에 세워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내려 버스를 타고 경주 시내로 와야 하는 불편이 또 있는 것이지요.

내 고향을 오갈 때 대천역도 시내에서 멀어져 불편해진 것처럼..

 

 

 

환승을 하며 3시간 만에 경주역에 도착합니다.

토요일이라 근무를 하지 않아 마중을 나온 랑이 가방을 받아줍니다.

막둥이가 지금 중요한 시기여서 막둥이에게 온통 밀착된 생활을 하느라(보호 감시 감독 지원) 늘 혼자 지내게 하는 랑에게 언제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는 랑에게 늘 잘해야 마땅한데, 살다보면 그런 마음을 옆으로 밀어놓고서 삐끄러질 때가 간혹 있다지요..

   

가능하면 재래시장과 동네 마트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차 대기가 쉽고, 여러가지를 한곳에서 편리하게 모두 쇼핑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한 리어카 빵빵하게 시장을 보고, 저녁식사으로는 늘 가는 아구찜 집으로 가서 아구찜을 먹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니 군자란이 환하게 나를 반겨줍니다.

올봄엔 벚꽃보다 군자란을 많이 봅니다. 언니네집, 서울 우리집, 경주집에 군자란이 황홀하네요..

 

이제 술상 차려 오랜만에 마주앉아 술잔을 부딪쳐야지요~

조명을 술집같이 꾸미고 술상 한쪽에 촛불도 밝히고, 쨍~~  건배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랑이 자기도 집 뒷베란다 창문 아래에 길냥이에게 밥을 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기쁜 이야기였지요.

가끔.. 다른 블로그에서, 고양이가 졸랑졸랑 따라와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키웠다는 이야기를  몇 번 보았었는데,

랑도 그렇게 졸랑졸랑 따라오는 고양이가 있으면 집으로 데려올 사람인데..

그런 고양이는 없었고.. 가까운 집주변에서 보는 고양이에게 밥을 줄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기쁘고 이쁜 마음.... 

경주의 봄밤이 화기애애하게 물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