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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부활하면 행복했었는데...

by 해피로즈♧ 2010. 4. 28.

 

 

 

  

오늘 아침, 또 사흘만에 부활하여 냉장고에 입맛 당길만한 게 뭐 있나... 생각해보다가 쑥과 냉이를 꺼냈다.

바로 국을 끓이고, 나물로 무칠 수 있도록 언니가 몇 시간을 다듬고 씻어서, 냉이는 데쳐서까지 준 것이다.

이렇게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다듬기부터 시작해야하는 상태였으면 오늘 아침 부실해빠진 몸으로

이것을 해먹었을 리 만무하다.

 

쇼파에 누워 있다가 어쩌다 물을 먹으러 주방까지 걸어가기도 매우 힘들었었다.

한참 무사히 지나갔더니 기어이 브레이크가 걸려서 지난 일요일부터 조금 두통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길냥이 밥주고 올 정도는 됐었다.

그러나 컴터 앞에 앉아있기는 어려웠다.

블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월요일, 화요일 사이, 심해져서 극심하게 앓는 시간을 거쳐 오늘은 다시 살아났다.   

 

냉이를 고추장 양념으로 무치는 걸 어려서부터 매우 좋아했었다.

 

 

 

앓는 동안 흰죽 두 서너 숟갈을 두 차례 먹은 게 전부여서 오늘 아침도 다리가 , 아니 몸전체가 후들후들했다.

후들후들거리는 몸으로 비실거리며 쑥국을 끓이고, 냉이를 무쳤는데, 우리 막둥이는 쑥국이 별로란다. 약간 쓰대나... 난 맛있구만...

그리고 냉이를 다 무쳐서 한 젓가락 입에 넣고 간을 본 뒤 삼키다가 난 죽을 뻔 했다. 앓고 누워있던 동안 구토를 하면서, 먹은 게 없으니 물만 쭈룩쭈룩 토했는데, 그때 위산으로 목구멍이 상처를 많이 입은 모양으로 저 냉이 고추장양념 무침이 상처난 내 목구멍을 사정없이 할퀴며 지나간 것이다.

결국, 먹고 싶은, 맛있는 냉이나물은 못 먹고, 쑥국으로 살살 달래며 흰죽 서너 숟갈을 넘겼다. 쑥국도 국물은 더 나아진 담에 먹기로 하고 쑥 건더기만 먹었는데, 향도 좋고 맛있드마는 막둥이 짜식 지는 쑥국 별로라고라고라고~~

 

2~3일을 쇼파에서 달콤이 품고 누워있었더니 내 옷이 완전 고냥이 털옷이다. 녀석들을 거실에 두고 나만 안방에 들어가 누워있을라치면 문밖에서 문에 입을 대고 못견디게 울고 보챈다. 그래서 계속 소파에서 살았다. 그 대신 내가 붙잡아다 끌어안지 않아도 달콤녀석은 꼭 내 품으로 파고들어와 자곤 했다.

 

 

 

죽도록 앓고서 살아나면 참 행복 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냥 그렇다. 

내 마음이 잔뜩 찌푸려 있는 오늘 날씨를 똑같이 닮아있는 까닭이다. 

 

내 삶은 내 투정을 받아주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하는 투정이라도 푸근한 마음 한쪽 내어주지 않고, 

나보다 더 날을 세운다.....

 

참 씁쓸하고 외로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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