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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언니가 없으면 어찌 살꼬~~

by 해피로즈♧ 2010. 4. 21.

 

 

고향음식으로 이 봄에 맛을 본 게, 주꾸미와 밴댕이찌개였는데,

어려서부터 좋아해온 강재미란 게 있다.

고향에서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다.

잔칫상 뿐만 아니고, 옛날에 우리 아버지께서 짓날이라고 하시며 가끔씩 아버지의 친구분들이 수 십 분씩 우리집에 모이실 때가 있었는데,

그런 때도 빠지지 않고 꼭 상에 올리는 음식이었다. 

아버지께서 짓날이라고 하신 게 곗날의 사투리라는 걸 나중에 내가 커서 알았다 .  

 

암튼 그 강재미란 게, 평상시 흔하게 먹어지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내가 자라고, 살아오는 동안 이런저런 잔칫날이 많았으니 그때마다 상에 올려지는 그 강재미를 쏠쏠하게 먹어왔던 것이다. 

잔칫날 뿐 아니고, 언니가 결혼해서는 언니네 집에서도 특별식으로 몇 번 먹어봤었고..

 

내가 결혼하여 첫아이를 갖고서는 입덫을 달래준 음식이기도 하다.

큰애를 가졌을 때 입덫을 심하게 하며 아무 것도 못 먹다시피 했었는데,

아이 아빠 친구의 어머니 회갑 잔치에 가게 되어 거기서 강재미회를 보자 얼마나 반가운지 밥은 먹는둥 마는둥 하고서 강재미만 한접시를 다 비우고,

좀더 달라고 청했던 기억이 있다.

 

그후로도 집안행사가 많았으니 그 강재미회를 맛 볼 기회가 심심찮게 있었다.

그런데 요 2~3년사이엔 못 먹어본 것 같다.

이게 뭔 일여~ 강재미회를 2~3년 동안 못 먹었다니....

 

지난 번 고향 나들이에서 돌아와,

아니 울언니는 동생한티 강재미도 안 멕여주고 뭐한겨~ 하며 씩씩거리고,

고향 썬배님의 블로그에서 강재미회 드신 사진에다가 침을 질질 흘려놓고 나왔었는데..

그러나 또 그걸 묵으러 가기도 쉽잖고 하니 이자뿌리고 있었지 뭐...

 

근데..

그 강재미를 기어이 먹고야 말았다.

 

 

 

 

이것은,

우리 언니가 사돈댁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주말 서울에 올라오면서 우리 집에 싸들고 온 것들이다.

강재미 한 마리에다, 노란바구니의 야채들은 강재미 무치는 데 들어갈 재료들이다. 

너 집에 양파랑 파 있냐고 물어볼 것도 없이 강재미회에 넣을 재료를 아예 다 싸들고 온 것이다.

에고에고~~ 내 사마.. 언니 업스모 우째 살꼬~~

 

언니의 형님에게서 얻은^^ 고추장 한 단지에서 고추장을 저만큼 덜어오고, 빨간 고추장 옆은 새우젓이고, 언니네 깨볶은 것까지 덜어왔다.

머위잎이랑 산에서 캤다는 달래 몇 줄기까지..^^

달래는 김뿌셔 넣고 달래간장 만들어 참기름, 들기름 넣고 밥비며 먹으면 아주 맛있다.

달래간장, 애들도 좋아해서 세 모녀가 벌써 다 해치웠다.

 

그리고 이건 녹용에 몇가지 약재를 넣어 달인 보약이란다.

 

 

내가 강재미 좋아한다고 대천에서 강재미란 녀석을 사다 던져주고 가면..

솔직히 그거 내가 언제 해먹을지 모른다. 

음식 만드는 데 취미 없는 나다.

언니가 안해주고 가면 김냉이나 냉동실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것이다.

음식 만드는 거 재미없다. 할 사람 없으니 할 수 없이 하는 거지...  

 

 

 

언니는 우선 오이를 썰어 설탕에 절여놓은 후에,

미나리와 양파, 대파, 청양고추, 붉은 고추 등을 썰어놓았다. 

 

 

 

 

그리고 강재미 손질~

 

 

 

 

 손질한 강재미를 써는데, 칼이 안 든다고, 담엔 언니네서 아예 썰어 온단다.ㅋㅋ

설탕에 절인 오이는 물기를 짜서,  썰어놓은  야채들과 함께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식초 설탕 볶은 참깨 등등을 적당량^^ 넣고 무쳤다.

어찌 그리 양념 비율이 잘 맞아떨어졌는지..

오예~~ 엑설런트!!^^

 

이제 언니 손은 완전 저울인겨...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엄마로부터 들어온 강재미란 이름은

간자미가 표준어인 듯 하다.

근데 난 어려서부터 줄곧 듣고 살아온 대로 "강재미" 라고 해야 그 맛이 난다.

간자미?

간자미가 뭐여..

강재미!! 이렇게 말해야 그 맛이 가득~ 느껴지는 것이다.

 

아, 또 침 떨어진다~~~ 추르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