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비우는 일이 늘 힘들어서 고향 나들이를 계속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며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언니랑 중간에서 만나 봄바람이라도 쐬어보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그야말로 얘기로만 끝나고..
집을 비우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날씨도 아직 거의 매일 춥고, 궂은 날이 많고 하여 마음이 그리 동하지 않기도 했었다.
오늘 올거야?
오늘도 못오남?
그려~ 오지마!! 오지마!! 서울에 걍 박혀 있어~~ 아주 징하고마잉~
언니의 문자에 웃음을 쏟으며 지난 일요일 차표를 예약 하고 참 힘들게도 고향 나들이에 나섰다.
큰애한테 이틀만 제발 막둥이 아침밥 좀 챙겨주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하고서...
경주에 내려갔다 올 때도 물론 부탁을, 신신 당부를 하고 가지만, 다녀오면
막둥이 지가 그 이른 아침 바쁜 시간에 혼자 대충 꺼내먹고 학교 가든가.. 아님 못먹고 가기도 한 얘길 수도 없이 듣게 되고,
큰애가 일곱살이나 차이가 나도 동생을 그리 챙기질 않나 싶은 게 난 화가 나곤 했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아침에 모두 학교에 나가고 나면
종일 고양이 두 마리가 빈집에 남게 되는 것도 집 비울 때 신경 쓰이는 일이다.
우리집은 고양이가 사람화장실에 용변을 보기 때문에 그때그때 얼른 치우지 않으면 곤란한 그런 단점이 있다.
그러니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대천역에 막 도착할무렵 내릴 준비를 하는데, 차창 밖 서녘 하늘이 아름다웠다.
내 디카가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잡아주질 못하였지만...
대천역에 내려서 한 10분쯤 기다려, 퇴근하시는 형부의 차를 타고 언니네 집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저녁을 먹는데,
저녁 메뉴에 내가 좋아하는 밴댕이조림이 보글보글 끓으며 식탁에 놓여지는 것..
우와~~
밴댕이찌개, 밴댕이조림은 보령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우리 친구들이 봄이면 입에 곧잘 올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어느 해인가는 초등 총동창 체육대회에 모인 친구들이 동창회 일정이 끝난 뒤 우리 동기들만의 저녁 식사를 밴댕이찌개로 했던 적도 있다.
나는 상추와 함께 싸먹는 음식으로 밴댕이찌개나 밴댕이조림보다 더 맛있는 걸 못 봤다.
그날 친정 나들이를 하면서, 내가 언니한테 꼬시킴 당했던 간장게장이나 주꾸미는 알고 있었지만, 밴댕이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그리하여 얼마나 반가운지, 상추쌈 싸서 맛있게... 생각지 않았던 고향의 맛을 본 셈이다.
간장게장은 언니가 갖은 정성을 들여 담아 물론 맛있는데,
꽃게를 약간 좀 이르게 산 감이 있다.
4월 말이나 5월에 꽃게가 가장 살도 많고 알도 있고 맛있다.
그리고 간장게장, 나는 맛잇드만, 입이 좀 까다로운 큰 조카애가 짜다고 안먹는다.
어이고~ 그라모 즈엄마가 얼마나 재미 없겠노~
조카애는 간장게장이 아닌 갖은 양념으로 무쳐 짧은 기간에 먹는 무젓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꽃게가 정말 토실해지는 시기에 꽃게장 담아 먹으면 맛있제~~
어쨌거나.. 난 간장게장도 맛있고, 또 우리 막둥이가 좋아하고..
언니가 내 싸줄 것까지 담았다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얻어왔다.
내가 내려가기 전날, 언니는 열무김치를 담았다고 했다.
여덟단을 사다 담았다던가...
후아~~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열무를 제일 많이 담아본 게 석 단이상은 담아 본 적이 없다.
보통은 두 단을 담았고,
그것도 어쩌다 가끔...
근데 언니는 여덟단을 담아서 가까이 살고 있는 딸래미도 주고, 나도 주고, 미용실하는 친한 친구도 주고...
몸도 별로 건강체도 아니면서...
어쨌거나 내꺼라고 담아놨으니 나야 할 수 없이(ㅋㅋ) 가져올 수밖에~^^*
언니 덕에 이런 때 열무김치 먹어보지, 나는 아직 새김치 담을 생각 전혀 없다.
언니가 담아줘서 할 수 없이 가져온 열무김치,
할 수 없이 먹고 있는데.. ㅋㅋ
흠야흠야~~
느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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