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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동치미가 냉장고에서 뭔짓을 한건지..

by 해피로즈♧ 2010. 3. 8.

 

 

 

작년 김장철에 한 통 담았던 동치미를 땅에 묻고 먹는 것도 아닌데, 지금 3월인데도 아직도 먹고 있다.

그 동치미를 담고서 처음 무렵엔 김냉에 넣을 자리가 없어서, 겨울철 냉장고 역할을 해주는 베란다에 일단 내놨었는데, 며칠인가 지나 동치미 국물 맛을 보니 벌써 새콤해져 있어서 부랴부라 김치냉장고에 억지로 자리를 만 들고 옮겨 넣었다.

국물이 벌써 무지 새콤해져 있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 김치를 담을 때, 고양이 이 잠탱이녀석들이 그런 때는 잠도 안 자고 우다다 우다다 쫓아다니고 쫓겨다니며 난리 부르스를 쳐대는 바람에, 이눔생끼들아 털 날린다고 소리 질러가며 담았었는데, 무지 실망스럽게도 국물 맛을 보니 내가 생각하는 동치미 국물맛하고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사각 김치통 한 통 분량에 사과 한 개, 배 한 개를 넣고서, 과일을 먹을 때마다 일부러 공들여 씻어서는 그 과일 껍질도 몇번 더 갖다 넣었더니 그래서 그런지 동치미 국물 맛이 과일 맛이 좀 많이 나고, 암튼 아직은(?) 동치미가 아니었다.

동치미 무를 통째로 안하고 약간 작은 무를 4등분하여 담았지만 아직 동치미 무까지 익었을 리는 없으니,  김냉 안에서 니가 익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그렇게 넣어놓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익으라고도 그랬지만, 아무 맛대가리 없이 담아진 것 같아 실망스런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언제였던가 기억도 잘 안나는데, 담은 지 한달 쯤 지났을 때였나..

 

다시 맛을 보니 여전히 과일 맛 같은 게 나는 것이었다.

사과, 배를 한 개씩만 넣었으면 껍질은 넣지 말 것을.. 이거 완전 과일 김치를 담은 것 같았다.

동치미 맛은 전혀 없고 암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런 맛... 이런 된장~~~ㅠㅠㅠ

음식물 쓰레기로 퍼내버리기도 일이다. 허리 뽀사지게 일해 담았는데, 에잇~ 너 너무한다 야!  그러고는 너무 재미없어서 아무 죄없는 김냉 문을 콱 닫아버렸다.

달달한 음식을 싫어해서 김치 담을 때 단 것도 아주 조금밖에 안 넣었는데, 그런데도 달달한 맛이 나는 게, 아무래도 그 과일 껍질을 더 갖다 넣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김냉 문을 다시 열어제치고 그 웬수같은 과일을 몽조리 다 골라 꺼낸 다음, 신비스런 맛을 내고 있는 동치미 통은 다시 거기서 썩든가 말든가~~ 니 맘대로 하려므나~ 하며 그냥 있던 그 자리에 두었다.

좀더 놔둬보고, 나중까지 신비한 맛을 유지하고 있으면 퍼내버리는 건 그때 하기로 하고...

그 동치미 담던 날, 달콤이랑 아망이 두 녀석이 우다다다~ 난리 부르스를 쳐대다가 내가 좋아하는 도자기 하나를 깨잡수시는 바람에 너무 아까워서 울근불근 속상한 기분이 양념보다 더 강하게 들어가서 그 김치가 이 모양인가... 쯥~

그 동김치가 들어있는 쪽은 별로 열어볼 일도 없이 또 얼마나 흐른 뒤였던가.. (3주쯤은 더 흘렀을까..) 자세히 기억해놓지 않아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

 

어느날 매운 음식을 먹고나서, 뭔가 순하면서도 차가운, 아주 시원~한 국물이 간절하여, 그 동치미의 실망스런 신비한 맛이 과연 지금은 어떠려나 다시 김치통을 열어보았다.

국물 비주얼은 제법 맛있는 동치미국물 때깔이 나누마는.... 쩝~  그러면서 맛을 보니..

음? 음?

아니.. 아니... 뭐야 너~~  너 그동안 김냉 속에서 뭔 짓을 한거야~~

동치미국물이, 국물이~~ 오마나! 끝내줘요~~~

국물 뿐 아니고, 동치미 무를 먹어보니, 오! 이런~~~~ 내가 이런 동치미를 "너 혼자 썩어라~ " 했으니...

우리 언냐가 텃밭 농사 지은 무였는데, 늦게 심어서 조금 덜 자란 무를 서울까지 몇개 가져왔었던 건데, 그 무가 생으로 먹어도 맛이 있었다.

자주 체하는 몸인지라 무우를 보면 생으로도 가끔 먹곤 하는데, 언니의 그 무가 맛있어서 울언니 텃밭농사를 참 맛나게 지었네~ 그랬었다.^^

그랬는데 동치미 무도 맛이 아주 잘 들어 있었다.

오예, 엑설런트!! ^0^

 

우리 아이들도 맛있다고 아주 잘 먹고, 나도 꺼내먹을 때마다 므흣므흣~~

 

올해 동치미 대 성공이다. 오홍홍홍~

내가 담은 맛있는 동치미가 냉장고에 턱하니 들어있는 게, 참 뿌듯뿌듯~ 하다.

자꾸 줄어드는 게 아쉽~~~ ^ㅋ^

 

아이 좋아~

다음에도 또 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