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이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 그것이 돌려지지 않아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
詩를 제대로 기억해서 적어놓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 옛날
그때야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사랑의 대상이 있을 리 없었건만...
사춘기 소녀의 꽃잎같이 섬세한 감성을
파르르 떨게 했던 워즈워드의 詩 초원의 빛..
글쎄..
먹빛이 마름하는 날이 있으랴
그 사랑이 잊혀지는 게 아니고
이별의 아픔이, 사랑의 상처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점차 희미해지는 것이지...
그 사랑이 켜주었던 환한 빛처럼
오늘 베란다창가에 햇살이 참 곱기도 하다.
햇빛, 그분이 내 창가에 오셨다.
행복을 어여삐 동반하시고...
지금은 세월이 흘러
그의 사랑도 잦아들고
그 사랑이 봄빛처럼 담겼던 내 마음도 그 화사한 빛이 스러져버렸지만,
이렇게 창가의 따스하고 화안한 햇빛은
잠깐 설렌다..
그러나 잠시 사이를 두어 내 마음 내가 다스린다.
감사한 것을 생각하며...
감사한 것을 생각하자면 끝이 없지..
우선 지금 안 아픈 게 감사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햇빛을 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고,
감정이 너무 건조되어버리고 죽어버렸다고 생각하는데
이 환한 햇빛에 아직 설레는 감정이 남아 있음 또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오늘이라는 이 하루를 선물받은 게 가장 큰 감사일 것이다.
음악에 소질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지만 그것으로 불행할 건 없고,
음악을 좋아하는 성향으로 태어난 게 감사하다.
내게 있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은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서 설거지를 뽀독뽀독 깨까시 하고,
걸레를 맑은 물 쪼록쪼록 나게 빨아서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며 열정적으로 박박 문질러 닦는다.
이 나이에 무슨 사랑에 열정 쏟을 일이 있으랴~
아니다, 집안일에 열정 쏟는 일도 싫다.
그게 열정일 리도 없고...
심쓰는 거지...
그냥 하는 김에 잠깐 열정을, 아니 힘을 팍팍 쓰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그라고서..
밝고 고운 햇살로 마음의 주름을 산뜻하게 펴고,
커피잔을 들고 앉는다.
좋아하는 음악 속에서 나 혼자 즐기는 커피타임이 편안하다.
내가 스스로 만드는 행복한 시간이다.
행복이 뭐 별거냐...
아니다, 굉장히 별 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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