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 한복판을 살짝 넘어선 걸까?
어딜 가도 춥고 칙칙한 풍경이다.
이렇게 칙칙한 겨울빛이 마음까지 그렇게 물들이기 십상이다.
난 추운 게 참 싫고 보이는 풍경이나 분위기가 칙칙한 겨울이다 보니 몸을 움직여 어딜 가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몇 달 사이로 사람이 달라져버린 옆사람이 이 겨울 들어서는 춥다 소리도 많이 하고,
저번 날 내가 경주에 가 있는 동안 쉬는 날은 시들시들한 몸으로 그저 따뜻한 방바닥에 딱 붙어있으려고 하였다.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세월 동안 깊이 사랑하여온 酒님의 은혜가 온 육신에 사무쳤다... 에구~
리모컨을 틀켜쥐고 티비 앞에서 깔아놓은 이불 속에 몸을 묻고 방바닥에 붙어 지내더니,
미안했는지, 아님 맘이 불편했는지, 슬그머니 혼자 나가서 얼마동안 들어오질 않았다.
얼마 후에 들어온 랑, 세차해왔단다.
울산 증자(정자)라도 가보자고..
이 회색빛 칙칙한 색감이 지루하다.... (도로 왼쪽은 보문 호수)
두 달 후엔 이 음산한 색채가 꿈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그러고보면 봄이 가까이 있다.
두 달은 금세 지나갈 것이니..
보문,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원 앞을 지나...
감포 가는 길에 이런 장터도 있어서 차를 길가에 세우고 돌아보았다.
늘 서는 장이 아니고 가끔씩(?) 잠깐 서는 장이라고 한다.
오밀조밀 조금씩 담져져 놓인 물건들이 정겹다.
값은 좀 비싸고~~
오른쪽 편 떡이 솔잎 인절미라던가..
2천원어치 사고,
찹쌀부꾸미던가 하는 것도 2천원어치 사고,
부추전은 자리를 잡고 앉아 사먹었는데, 4천원이면 비싸다.
찹쌀부꾸미랑 솔잎떡은 반씩 남아 계속 식탁에 있다가 버리게 되었다.
하늘빛과 물빛이 닮은 감포,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오리가 떠 있는 풍경이 일단 운치가 있다.
포근한 날씨고 햇빛이 있는데도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손이 시렵다.
너는 왜 혼자 떨어져나와 노는 게냐~
하긴.. 나도 혼자서도 잘 논다~
생명을 가지고 있던 것들이 이렇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리 마음이 슬퍼지는지...
젊을 때는 그런 마음이 별로 안들었던 것 같으니,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갈매기들이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잘 먹고서~
길바닥에, 주차해놓은 차에까지도 배설물 세례를 하얗게~~
얘들은 먹은 것이 다 소화되고서 하얗게 변하여 나오니 신기하다.
같은 감포 사진인데 윗 사진과 물빛이 다른 건,
윗 사진은 맑은 날 찍은 사진이고,
이 사진은 윗 사진 찍은 날보다 일주일 더 전에, 흐린 날 찍어서 이렇게 다르다.
감포를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가서...
바람 쐴 곳이 감포밖에 없나....
내 사진도 한장씩 남긴다.
내가 살아있는 날들 중 가장 젊은 모습이 찍힌 순간이니...
잠깐 들른 랑의 친구 집에서 똑딱이로 힘껏 끌어당긴 바다~
파란 물빛이랑 하얀 파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춥다.
그의 친구는 자기가 텃밭 농사 지은 고춧가루를 한봉지 나누어 준다.
뭐라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의 손길에서 따뜻하게 묻어온다.
이 친구도 자꾸 뭐든 주는 친구였다.
김치라든가.. 밑반찬, 매실액, 칡, 버섯, 기타 등등....
틀림없이 복 받으실 것이다..
다시 차를 달려 울산 정자에 이르는 동안
차갑지만 파랗게 아름다운 겨울 바다는 달리는 차안에서만 구경하고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
울산 정자 회 센터에~
이 도다리를 사려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찌할꼬... 여기 잡혀와 있는 도다리도 괜히 슬프다.
어디 도다리 뿐이랴....
그러나 슬픈 일이지만, 난 도다리를 먹는다.
산다는 건...
생각해보면 참 슬프고, 눈물겹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다분히 치사스럽기도 하다.....
1월 한달이 또 금세 지나갔다.
세월이 너무 빨리빨리 흐르니 겨울 춥다고 다른 계절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금세 봄이 올 것이므로..
춥다고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내게로 지금 봄이 가만가만 걸어오고 있으리....
환하고 파릇한 생기를 품고서...
그대 환하게 오소서!
이 칙칙한 가슴으로 화사하게 들어오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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