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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김장, 너무 힘들어~~ -.-

by 해피로즈♧ 2009. 12. 1.

 

 

 

                                

                                       용산역과 아무 상관없이 사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용산역사 內>

                               저는 고향에 갈 때는 집에서 30분쯤 거리의 이 용산역에서 장항선을 타고,

                              경주에 갈 땐 경부선을 타야 하니 서울역까지 갑니다. 

 

 

 

 

 

 

 

김장, 올해도 꼬박 3일을 했습니다.

언니네 집에 오후 네 시쯤 도착을 하니, 언니는 쪽파와 대파, 갓, 미나리 등을 다듬어 씻어놓고, 생강을 까다말고 집앞으로 나를 마중 나온다고 일이 중단된 상태여서, 

언니가 내주는 츄리닝 패션으로 옷을 갈아입고, 언니가 진하게 달인 대추차를 커피 대신 한잔씩 마시고는 한 시간 3~40분 쯤 동안 껍질을 까고 씻어서 소쿠리에 받쳐 놓으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어요.

쪽파는 내가 보기엔 씻어놓은 양으로도 충분해 보이누만, 언니네가 텃밭에 심은 파가 잘 자라지 않아 부족하다고 형부가 퇴근길에 사오셨는데,

그 쪽파 다섯 단이 든 파란 비닐 봉지를 보는 순간 에고~ 저걸 언제 다 다듬나 싶어 질려버렸습니다.

 

 

 

 

  

 내가 도착 하기 전에 참 참하게도 씻어놓은 파,

난 이렇게 참하게 못 씻어요..

다 씻어놓으면 완전 처참한 꼴로 으끄려지던데....

그래서 옛날, 파를 비롯한 야채 씻는 일은 시어머니께서 날 안시키시셨습니다.

채소를 갖다가 다 농집을 내놓는다고...

 

결혼해서 처음 시댁에서 파를 씻어놨더니, 시어머니께서 "업새~~~~ 파를 갖다가 얼마나 이끄려놨는지~~~~"  

※ 업새:충청도 엄니들이 많이 쓰시던 "아이구~~  아이구야~~" 쯤 되는 감탄사(?)^^ 

난 농약 묻었을까봐 농약 씻어내느라 그랬지요...

그 후로도 채소 등등을 씻을 일이 있으면, 너무 오래 주물러서 농집을 낸다고 씻는 일은 늘 시어머니께서 하셨습니다. 

"이리 나와라~ 내가 화닥화닥 얼릉 씻어야 혀~~"

원래 다른 일도 며느리 잘 안 시키시고 당신이 직접 하시는 분이셨지만, 야채 씻는 일은 특히 더..  

 

 

 

 

 

 

 저녁 식사후에 형부와 나는 형부가 더 사오신 쪽파를 다듬고, 언니는 배추를 절였습니다.

그동안은 배추 절임 시간을 여덟시간 정도 맞추어서 한밤중 늦은 시간에 절이곤 했었는데, 올해는 언니가 좀 일찍 김장을 끝내보자고 하며 일찍 배추를 절였습니다.

염도와 배추의 크기나 속이 찬 상태에 따라 시간은 달라지니까요.

 

쪽파 다듬는 일은 생각보다는 금세 끝난 편이었습니다.

형부가 완전 선수였어요.

언니랑 둘이 김장하면서 쌓인 내공인 것 같습니다.

쪽파 다듬기가 끝나고 형부는 거실바닥에 깔았던 돗자리 등등을 치우고 청소를 말끔히 하십니다.

같이 파를 다듬은 처제는 허리가 아파서 쇼파에 등 기대고 앉아있지요. 크크~~ 

언니의 배추절이기도 끝나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졸음이 쏟아집니다.

조카방에 있는 컴터를 들여다보기도 그렇지만, 당최 피곤해서 얼른 자고만 싶습니다.^^

아침부터 온종일 종종거린 언니도 피곤하니 얼른 자자고 합니다.

언니랑 같이 누워서 z z z ~~~~

 

 

  

 다음날 아침 식사후, 설거지를 내가 하는 동안 언니가 거실바닥에 돗자리를 다시 펴고 이 총각김치거리를 들여놨네요.

배추김장이 완전 끝난 다음에 해도 되는 일을 두서없이 한 게 이 총각김치거리를 미리 다듬은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보다 배테랑인 언니가 내게 이걸 다듬게 하고 언니 혼자서 어젯밤 절인 배추를 씻었습니다.

앉아서 혼자 이거 다듬느라 허리가 부러지게 아파요...

언니도 혼자 배추 씻느라 당근 힘들었지요.

그러고 나니 점심시간도 지나 2시가 넘어갑니다.

점심으로 전에도 시켜먹은 적 있는 팥칼국수를 먹기로 하고 가까이 사는 딸을 부르려는데 통화가 되질 않아 2인분만 시켜 둘이 먹었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나왔어도 맛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서,

배추 속 넣을 무우를 채썰고, 

쪽파와 양파, 갓, 미나리, 대파 약간 등등을 썰고,

늙은 호박 푹 삶은 것과, 그 호박 물과 멸치 다시 낸 국물로 끓인 찹쌀풀에 갖은 양념을 버무려요.

청각도 조금 넣고 젓갈은 언니의 친구가 주었다는 무슨 액젓인지 모르겠고, 새우젓과 생새우를 넣습니다.

충청도의 김장은 대체로 시원한 맛..

어릴 때 우리집 김장은 황석어젓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포기 300포기 김장하여 땅에 묻고 먹었던 김장, 지금도 그 맛이 그립고, 아고~ 침넘어 가네...

 

올해 우리 김장은 실패네요.

이렇게 다 버무려서 배추 속잎에 싸먹어보니 씁쓸~

잉? 맛이 왜 이래?

 

생강을 많이 넣은 것 같지 않은데...

참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허리 부러지게 일했는데, 씁쓸한 배추김치를 만들었으니...

 

배추 속 넣기 전, 배추 속 재료와 양념들을 골고루 배합하는 작업이 끝나자마자 형부가 퇴근하여 들어오십니다.

현관에 들어서며 거실의 상황을 쳐다보더니,  그거 내가 해야는데 어떻게 했냐고 합니다.

그동안 이 배추속 버무리는 작업은 늘 형부가 해왔었거든요.

그게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형부도 서둘러 들어왔지만 우리도 김장이 너무 늦어지니 형부 기다리고 있을 일이 아니지요.

하여, 오후 6시가 다 되어 갈 무렵쯤 부터 배추 속을 넣기 시작하고,

중간에 언니는 일어나 저녁 준비해서 저녁을 먹으며 배추 속 넣는 일이 진행됐습니다.

 

아직 끝날려면 멀었는데 밤 열시가 되어가니, 뒷심부름을 해주며 쇼파에 앉아 있던 형부가

"아이구~ 졸려~~ 열시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낼 하지?" 그럽니다.

 

씁쓸하니 맛도 없는 배추김장, 밤 12시 반쯤에 끝이 났습니다.

뒷정리하고 씻고 잠자리 드니 새벽 두 시가 되어갑니다.

허리 부러질 것 같습니다.

"언니~ 난 내년부터 김장 안해~"

 드르렁 쿨~~

사정없이 골아떨어집니다.

 

 

   

 다음날은 형부와 조카가 모두 출근한 뒤에 느지막히 일어나 옷을 입는데 허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구부려지질 않아서 팔과 다리만을 움직여 옷을 입었습니다.

언니는 심한 두통으로 머리도 못 들고 걷더니 두통약을 먹고는 그길로 누웠는데,

내가 안 일어나고 있던 동안 우리집으로 갈 김치가 든 택배 박스를 베란다에 햇빛이 너무 따뜻하게 비치고 있으니 시원한 곳으로 옮겨 놓는다고 혼자서 그 무거운 걸 옮겼네요.

머리 아픈 사람이 혼자 그 무거운 김치 박스를 옮긴 게 내내 너무 속이 상합니다. 

힘 센 남자들이 있을 땐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다 나간 뒤 혼자 옮긴 것이지요.

 

언니가 누워있는 동안 나는 아침을 먹고 부엌을 치우고 온 집안 청소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언니의 두통이 가라앉자 이제는 총각김치와 파김치를 담았습니다.

이것으로 일단(?) 김장은 끝났지요.

전날 못한 돼지고기 수육 파티는 김장 끝난 그날 저녁에 하였습니다.

난 그런 것도 좋아하지 않아 한 입도 안 먹으니 하나도 즐겁지 않지만...

 

일단 김장은 끝났는데도 마음이 별로 좋질 않습니다.

맛있게 되질 않아서..

 

일단 끝났다고 한 건,

언니는 밭에 아직 덜 자란 배추 더 뽑아다 호박김치를 담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동치미를 먼저 담는데, 올해는 김장 끝나고 동치미도 담는다 하고,

덜 자란 파가 밭에 많이 있어서 며칠이라도 더 자란 뒤에 뽑아 파김치를 고춧가루를 조금만 넣고 허옇게 더 담는다 합니다.

고춧가루를 조금만 넣은 허연 파김치를 형부가 좋아한다고 하네요.

 

 

 

 

 

~~ * .* ~~ 

저는 토요일날 밤에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김장 김치 옮겨넣는 작업이 몇 시간 걸렸습니다.

김치냉장고에 이것저것 들어있는 것들 정리하면서 새 김치 집어넣으려니 얼마나 일이 많은지,

맛없어서 안먹어지는데도 계속 보관해두고 있던 것들 물기 짜서 음식물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일 등등...

토요일밤에 올라와 그렇게 정리하며 집어넣고 잠자리 든 게 새벽 3시였는데, 그 다음날도 그렇게 이어진 부엌일에 며칠 비운 집안일까지 도무지 일이 끝이 없는 중에

언니네서는 앓지 않은 걸 내 집에 와서 이틀을 누워 앓았습니다.

오늘은 좀 살아났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컴터를 켤 생각도 않고 일하다가 생각해보니 오늘이 벌써 12월 첫날이더라구요.

끝이 없는 일거리 잠시 벌려두고, 저의 김장 일기 포스팅 겸, 여기 저의 방에 들르시는 님들께 이렇게 보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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