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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경주에서..

by 해피로즈♧ 2009. 9. 14.

 


 

 

 

 

며칠 간 또 집을 비우면서 이렇게 저렇게 챙겨놓을 게 많으니 몹시 바쁘게 종종거리다가 경주에 내려옵니다.

컴터를 켜고 들여다 볼 시간도 없습니다.

 

경주에 도착하는 시간을 랑의 퇴근 시간 이후로 할 때가 많았는데

기차 도착 시간이 퇴근 시간과 좀 애매해서 그냥 퇴근 시간 전에 도착하여 혼자 집으로 먼저 들어옵니다.

들어오자마자 들고온 가방 정리를 하고 일단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려니 6시에 퇴근한 랑이 곧바로 들어옵니다.

 

"배 안고프나... 빨리 밥묵으러 가자~~

그런거 나중에 하고 어서!!

내 깨까시 다 했다~~ 

뭐 먹을래? 뭐 먹고 싶노~"

 

메뉴를 생각하면서 저녁 식사에 내 친구를 초대합니다.

일을 하는 친구는 아직 퇴근을 안하고 있다 하여, 그럼 친구가 퇴근할 동안 얼른 시장을 보기로 합니다.

 

"그냥 가까운 데서 조금만 간단하게 보자.

그리고 낼 어디 드라이브 나가자 멀리로~"

 

그래서 집 가까운 곳에서 시장을 간단히 봐다 챙겨 넣고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저녁 식사하며 느긋하게 앉아 술한잔까지 하고 싶은 랑은 차를 두고 한 10분 걸어가기로 합니다.

 

즐겨먹는 아구찜집에 같은 시간에 도착한 친구와 함께 셋이 앉아 저녁을 먹으며 나도 그날은 소주를 두 잔~

어질어지르~~~합니다.

석 잔째 받은 건 먹기 싫어 걍 냉기두고 나오며 친구의  제의로 노래방엘 갑니다.

 

올마만에 가보는 노래방인지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음악 듣는 건 매우 좋아하지만 노래를 못 부르니 노래방에 흥미가 없습니다.

내 형제 7남매, 노래에 모두 한가락씩 하는 우수한 실력자들인데, 나만 목소리가 안나옵니다.

울아버지가 정말로 밖에서 낳아데려온 딸내미인지.. 오째 그런지 알수가 없습니다.

울아버지가 젤 이뻐하는 애라고 우리 형제들이 늘 씹었었습니다. 밖에서 데리고 들어온 자식처럼~~

노래방 문화로 전국민의 카수화가 되었는데 거기서 나는 확실하게 제외되었습니다.

 

노래방 사장님이 친구의 지인이어서 그분까지 넷이 앉아 잠시 이런저런 얘기들과 웃음소리로 노래방 안을 채웁니다.

나도 엊그제 제부도 다녀올 때 친구로부터 들은 얘길 션찮은 기억을 살려 꺼내서 한번 써먹어봅니다. 

 

남자 노숙자들을 인터뷰했다지요.

어쩌다 노숙자가 되었는지를 물었답니다.

 

20대 : 못 웃겨서(재미있게 못해줘서) 쫓겨났습니다.

30대 : 쳐다봤다고~  (그러니까.. 꼴뵈기 싫어죽겠는데 왜 쳐다보냐고 쫓아냈나봅니다.ㅋㅋ)

40대 : 물어봤다고~ (아내가 외출하는데 감히 어디 가냐고 물어? ㅋㅋㅋ)

50대 : 살 닿았다고~ (살 살짝 닿는 것도 싫다는?)

60대 : 돌아왔다고~  (외출했다가 왜 돌아와~  그대로 나가버려야지~ 하면서 쫓아냈다는?)

70대 :                     (생각이 안 남~^^)

80댄가 90댄가... 아직 살아있다고~

 

우리 친구는 살 닿았다고 쫓겨난 것과 "돌아왔다고~" 에서 자지러지며 사레가 들립니다^^

 

랑도 분위기 있게 노래를 잘 부르고, 친구도 노래를 아주 잘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요즘은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근데 나는..... 노래도 못 부르는 것이 노래 부른다고 선곡하는 게 평소의 애청곡이다보니 더 가관입니다.

애청곡을 찾아서 꼴짱나는 솜씨로 부르니 노래는 다른 노래가 되어버립니다.

오랜만에 목이 아프도록 소리를 지르며 놀다보니 새벽 1시가 넘어갑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서 이튿날 아침, 아직 눈도 제대로 안 떠지는데,

가까이 있던 폰에서 아그가 "아홉시~~"하고 시간 알리는 소리에 실망스럽습니다.

아니 뭐 벌써 아홉시?

부엌쪽에서 뭔가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옆자리가 비었습니다.

뭘 하는거야..... 떠지지 않는 눈으로 10여 분 더 뭉기적거리다가 일어납니다.

 

아침을 간단하게라도 먹고 출발하자며 랑이 2인분의 밥과 콩나물국을 후딱 끓여낸 아침식사를 합니다.

"어디 갈건데~~"

갈 곳이 계속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난 설거지를 하며 어제 사다놓은 상추 등등의 야채를 씻어 챙깁니다.

나가서 또 고기를 구워먹을 모냥입니다.

그냥 드라이브하며 쭉~ 올라가보자 합니다.

지난 여름, 열심히 일하느라고 휴가가 반납되었었기 때문에 지난번 주말을 이용하여 다녀온 1박 2일의 여행이 매우 아쉬웠다고 합니다.

 

설거지를 하다보니 또 한동안 내 손길이 안 닿았던 부엌일을 또 대충이라도 하게 되느라고,

그러면서 준비를 하고 집앞에서 출발하며 시계를 보니 12시 45분입니다.

경주를 빠져나가기 전, 우리가 자주 이용하고 잘 아는 곳, 우리가 믿고 사는 강산한우에 들러 등심을 3만원어치 사서 아이스박스에 넣고 갑니다.

무작정 떠납니다.

묻지마 여행입니다.

 

 

햇살이 따갑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예쁜 풍경을 만들고 있는

눈부시게 환한 날씨입니다.  

 

 

포항을 지나노라면 이런 안내표지판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