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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Cats

말로만 듣던 외출냥이 만나다.

by 해피로즈♧ 2010. 12. 23.

 

 

 

 

이사 와서 길고양이들에게 새로 밥을 주는 곳이 마땅칠 않다.

할 수 없이 주변의 어두운 구석을 골라 몇 군데 부어주고 있는데,

내가 사료 부어주러 나간 시간에는 이상하게 녀석들을 만나보질 못했다.

어떤 녀석들이, 몇 녀석이 그 사료를 먹는지 통 모른다.

다음날 밤에 다시 부어주러 가보면 하나도 없이 먹어치워져 있으니 몇 녀석이든 굶주림은 면하고 있겠지 싶어서

밤마다 나가서 수북하게 부어놓고 들어오곤 한다.

 

어제는 사료를 부어주러 나가면서, 전에 이사오기 전에 밥주러 다녔던 컨테이너에 가보려고 맘 먹고 나갔다.

며칠 전에도 외출 했다가 그곳엘 가봤었다.

밥을 계속 주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노랑이를 만나게 되길 기대하면서..

 

그러나 내가 들른 그 시간엔 한 녀석도 구경할 수 없었다.

노랑이 형제들이 무사한지, 그 아기삼색이가 무사히 잘 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만나지지 않았다.

매일 밥주러 다닐 때도 만나기 어려웠는데, 어쩌다 들여다보러 가는 길에 만나지기가 쉽겠나..

녀석들을 한 넘도 만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컨테이너 밑은 여전히 복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내렸던 날이다.

플라용기에 여전히 사료가 담겨져 있는 모습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누굴까..

때맞추어 바톤터치한 사람..

 

 

눈이 살짝 깔려 있고, 추운 날이었는데,

내 마음은 포근했다.

 

 

 

그리고 또 한 십여 일만인 어제 또 한번 가본 것이다.

전에 오르내리던 계단이 보이자 괜히 정겨운 마음이 된다.

여기에 밥상 차리러 다니며 만났던 녀석들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가 컨테이너 밑을 들여다보니...

 

 

 

 아, 사료그릇이랑 물컵이 놓여있다.

사료도 많이 들어있고, 종이물컵이지만 깨끗한 물도 담겨 있고...

아아, 감사합니다.

 

 

 

 

 

 

 

마음이 환해진다

너무 좋아서..

 

 

 

보고싶은 녀석들을 한 녀석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막 코너를 돌았는데, 저 앞에 어떤 남자가 앉아 있고, 그 앞에 고양이로 보이는 녀석이 하얀 종이컵 같은 것에 코를 대고 있는 모이 보였다.

가로등 불빛이 어슴프레한 늦은 밤시간이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회색옷을 입은 고양이다.

 

 

 

 

 

집에 가다 말고 멈춰서서 의아한 눈빛으로

"우유를 주시는 거예요?" 했더니,

"예~ 얘가 배가 고픈 모양이에요.

저 앞에 쓰레기를 뒤지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들어가 우유라도 조금 따라가지고 나왔어요~" 그런다.

 반으로 잘린 종이컵에 하얀 우유가 담겨 있었다.

"근데.. 그 우유를 먹어요?"

"아니.. 많이 먹지는 않고 조금 먹네요..

녀석이 집을 나왔나... 밖에서 살기엔 너무 고운데..."

그러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데 고양이는 가만히 있다.

 

 

 

 

충분히 담아가지고 다니는 사료를 얼른 우유 그릇 옆에 한줌 쥐어 놓아 주었더니

잘 먹는다.

이 녀석, 집을 나온거야?

아님 누가 내 놓은거야....

털빛도 그렇고 밖에서 살기엔 정말 너무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휴... 이 녀석을 어떻게 해~

 

 

 

 

 

그 남자는 자기 혼자 살면 데리고 들어가고 싶은데,

가족들이 있어서 쉽게 그러기가 어렵다면서,

마침 고양이가 내 가까이 와서 내 다리를 앞발로 터치하는 걸 보더니,

아이구~ 데려가셔야 겠어요~ 그런다.

 

아휴.. 심란해~

 

 

 

 

어찌된 녀석일까...

 

 

목에 줄이 매어져 있는 걸 보면 분명 길고양이는 아닌데..

 

"목줄 글씨 좀 보실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 남자가 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내 시력으론 어려울 듯 싶은 아주 작은 글잔데

젊어서 그런지 눈이 밝기도 하다.

전화 번호가 써져 있단다.

 

 

 

 

목줄에 써 있는 번호를 불러주는대로 전화를 해보았다.

신호가 한참이 간 뒤 어떤 아줌마가 잠에서 깨어나오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하긴 늦은 시간이었다.

 

 

 

 

전화통화를 해보니..

이 녀석은 외출고양이란다.

 

근데 외출고양이로 살기엔 이 녀석 위험해 보인다.

사람을  피하질 않고 지 가족에게 하듯 아무나 잘 따른다.

그 남자가 쓰다듬는대로 좋은 듯 가만히 있고,

내게도 가까이와서 다리에 살짝 기어오르는 포즈도 취하고..

 

나쁜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잘 따르게 생겼다.

 

주인이 있긴 한데, 그닥 정성으로 돌보진 않는 건지...

저렇게 밖으로 내돌릴 아이가 아닌 것 같은데...

밖에서 어찌 되든 별로 걱정이 안되는 걸까?

 

마음이 놓이질 않는 외출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