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에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고향의 친구들로 고딩 때 교회를 함께 다녔던 친구들이니 소싯적 친구들이지요.
모임 장소로 가기 위해 5번 출구로 나가는데 어디선가 팬플룻 소리가 내 귀를 몹시 잡아 끌어서,
약속 시간도 넉넉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팬플룻 연주 소리가 나는 곳으로 자진해서 끌려갔어요.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역에 이런 레일아트 공간이 있는 곳이 있는 게 좋더군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악기소리가 팬플룻 소리입니다.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에서 잠깐 들은 이 팬플룻 소리는 그 멜로디가 귀에 익은 것이었는데,
무슨 곡인지 영 생각이 나지 않아 혼자서 얼마간 골똘히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실패..
추가열의 "나같은 건 없는건가요" 였나.. 아닌가...^^
추가열이 부른 이 노래는 사실 그닥 즐겨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지하철역에서 팬플룻 연주음으로 들은 이 곡은 마음에 착착 감겨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팬플룻소리로 들어서 그럴 겁니다.
거기서 판매하고 있는 CD를 사올 것을.. 너무 좋아서 곡이 끝날 때까지 듣고 서 있다가 박수만 크게 쳐주고 사진 한장 찍고 약속 장소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늘 Daum 뮤직에서 팬플룻 연주로 된 이 곡을 찾으니 있을 리 만무..
음 아쉽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마음에 착착 감겨들었던 그 팬플룻 연주음이 이 곡이었는지 확실치도 않습니다.
이 곡이 아니었나... 긴가민가 하며 들어봅니다.
가사를 잘 들어보니..
참 아픈 얘기네요..
아픈 가사와 상관없이 팬플룻으로 연주된 이 곡이 참 좋았습니다.
이런 노랫가사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게 다행인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이런 "다행"이 그닥 좋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밋밋 건조한 마음이 재미있는 건 아니니...^^
암튼..
살면서 내게 필요한 것,
내게 비타민이 되는 음악은
내 마음에 아주 고급한 영양제 입니다.
모임 장소였던 이곳은 처음 가본 곳인데,
거의 술집 분위기가 많이 나면서 식사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점심을 거른 것도 아닌데 얼마나 배가 고픈지,
늦는 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서,
아이 배고파, 나 돌아가시겠어~ 빨랑 좀 시켜~
재촉하여 상이 차려졌습니다.
분명 그집 메뉴판에 있는 것 중에서 어류를 시켰는데,
즈네 집은 고기를 기본으로 하는 집이라고 고기를 주 메뉴로 시킨 다음 다른 걸 시키시라고
"곤조"를 부리더군요..
그 집이 곤조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지요.^^
많은 메뉴 중에 고기를 먼저 시키라고 "곤조"를 부리는 집..^ㅋ^
뭐 한번쯤은 가볼만은 하지만, 자꾸 가고싶은 집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곳엘 친구들 만날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나..
걍 딱 한번쯤 가볼만은 하지...
딱 한 번 말이야..^^
배가 몹시 고파서 고기가 구워지는대로 열심히 집어먹긴 했는데,
그런 데서 파는 건 아마도 수입고기였으리...
두번째로 시킨 알탕은 별로였어...
그 알탕에 들어간 알이 무슨 알이었는지...
대부분의 친구들이, 모여서 얼굴 보는 게 첫째지, 음식이 뭐 중요하냐는 말들을 하지만,
나는 음식이 중요합니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그런 생각을 많이 하였기 때문에 늘 음식에 전혀 상관없이 만나러 나가곤 했었지요..
그런데 모임날의 음식 메뉴는 내게 언제나 중요하였습니다.
친구들 만나고 들어와서 그날의 음식이 나와 맞지 않아 2~3일씩 죽도록 앓고 일어나기를 수없이 한 뒤로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주 메뉴인 그런 곳으로 만남 장소가 정해지면 고마.. 나가고 싶지 않아요.
친구들 만나는 게 물론 첫째이긴 하지만, 좋은 친구들과 모여앉아서 맛있는 걸 함께 먹는 즐거움도 크다 아임미까..
내가 나가는 모임에서 2차로 노래방에 가는 문화가 많이 생략된지 오래 되었는데,
이번 친구들 모임에선 아주 오랜만에 노래방에 갔습니다.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혹시 여기 들여다본 친구들이 삭제를 요하면 지워드리겠음~^^)
거기서 만나게 된 노래들이 촉촉, 달콤한 감상에 젖게 해주더군요.
평상시 노래는 커녕 말도 많이 하지 않고 지내다가
아주 오랜만에 노래를 부르려니
원래 노래에 소질도 없는 데다 더더욱 목청도 안나오고,
목도 아프고...
그러나 그저 편하고 정겨운 소싯적 친구들을 간만에 만나
노래 부르니
요즘 한동안 몸도 마음도 바쁘고,
그 속에서 스트레스로 뽀족히 날 세워져 있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리는 듯도 하고..
역시, 살면서 이따금 이런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런 편안한 친구들은 보배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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