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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마음의 풍경

고향행 - 놀라운 신의 은총

by 해피로즈♧ 2010. 7. 12.

 

 

 

일주일 동안 블로그를 멀리했더니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듯 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 널널한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들고, 조금 쉬어가고 싶은 마음도 슬몃 들었다.

 

지난 주 화요일, 고향에 내려갔다.

그날 7월 6일날이 아버지의 忌日이었다. (6주기)

내려갔다가 제사만 지내고 곧바로 올라올 게 아니었으므로 또 며칠 집비울 준비에 땀을 흘리며 한바탕 일을 하고서 오후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땀을 흘리며 분주하게 움직일 때는 힘들었는데 기차에 올라 창밖을 보니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 

차창 밖으로 모가 자라는 논의 아름다운 녹색 들판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주는 데에 한몫을 하였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

할머니께 세상에 둘도 없을 효자셔서, 그 효자노릇으로 순하디 순하신 우리 엄마에겐 결코 좋은 님편이 못되셨고, 그로하여 집안 분위기를 자주 살벌하게 하셨기 때문에 그때마다 아버지를 미워하기도 했었는데,

강한 생활력과 언제나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열심히 일하시는 매우 부지런하심으로 우리들을 가난하지 않게 해주셨던 건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이다.

우리 7남매 중에 그렇게 부지런한 새벽형 인간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7남매 모두 올빼미형으로 아침잠이 많다.

 

나는 우리 아버지 엄마 그늘에 있을 동안은 부모님 속을 썩혀드린 적이 없었고,

돌아보면 내 인생에 그때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이후 부모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해드렸다. 그것이 두고두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가슴에 눈물 고이게 한다.

부모님께 효도는 커녕 가슴 아프게 해드리는 딸이었던 것이다.

 

할머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은 아버지의 잘못된 효자노릇으로 화목한 집안 분위기와는 아주 거리가 멀게 살다가,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비로소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었다.

참으로 지겹고 불행했던 잦은 불화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이제 엄마 아버지는 누구 눈치 보실 것 없이 두분이 나란히 나들이도 자주 하시는 바야흐로 우리 집의 태평성대가 도래하였었다.

 

아버지는 젊으셨을 땐 술을 많이 드셨었다는데, 자식이 생기고 늘면서 정신이 번쩍 나셨다던가..

7남매를 잘 키우기 위해 술을 딱 끊으셨다는 얘길 들었다.

아버지는 자주 말씀하셨었다.

"술 많이 마시고 잠 많이 자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것 못 봤고, 부자되는 것 못봤다." 

 

매우 부지런하시고, 참 열심히 사셨던 우리 아버지,

새로운 문명을 좋아하시고, 음악을 좋아하셨다.

해소로 고생을 좀 하시고, 연세가 드셨을 땐 위탈이 자주 나셔서 고생을 하셨지만, 큰 병을 앓으시지 않고, 84세에 자연사 하셨다.

돌아가시기 전 일주일간 자리에 누워계시는 동안 계속 곁에서 수발 들어드렸던 아버지의 맏딸, 우리 언니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전혀 고통스러워 하시지 않고 아주 편안히 가셨다고 하였다.

 

 

 

대천역엔 우리 큰오라버니가 형부와 함께 차를 가지고 나와 주셨다.

형부는 큰 올케언니와 우리 언니가 제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집에서 할 일 없이 앉아 있느니 큰오라버니와 함께 나오신 것이어서,

졸지에 두 윗분^^의 마중을 받게 된 셈이다.

 

 

  역에서 친정으로 가는 길, 장항선 구철로를 걷어내고 예쁜 다리로 만들어 놓은 게 눈에 띄었다.

사진기를 꺼내드니 오빠는 차를 한쪽으로 대어 세워준다.

                                                                                

 

               나보다 조금 일찍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던 작은오빠는 아직 도착을 하지 않고 있었고,

두 동생들도 늦게 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형제들,

전엔 7남매와 그 짝꿍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하여 부모님 생신이라든가 집안 행사 때면 많은 인원으로 매우 북적였었는데,

이제는 아이들도 다들 자라고, 직장 일이나 시험 등등으로 불참하는 아이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모이는 인원이 단출해졌다.

거기다 7남매에서 한 명은 일찌감치 떠나버리기까지 하여....

 

제기를 꺼내 닦던 중에, 부모님 사진을 들고 한동안 눈을 맞추어  들여다 보며,

엄마~

아버지~

애틋하게 소리내어 불러보는데,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시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