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들

 

 

어둠이 깔린 저녁
천천히 걸어 시장엘 갔다 들어오는데 밤공기가 포근하였다.

웬지...
웬지?
뭔가 매우 허전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그런 기분으로 터덜터덜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니 드문드문 별이 떠있었다.
그러나 빛이 너무 희미하여서
마음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작은 별빛들.

시장본 물건들은 몽땅 배달을 시켜놓고
얼마나 천천히 걸었는지.. 터덜터덜......
오늘 배달이 많아 좀 늦을거라더니, 내가 집에 도착할 때 금새 배달 박스도 도착하였지만

배달 돼 온 물건들을 정리할 생각도 않고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고 한강쪽 반짝이는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희미한 별빛보다  어쨌거나.. 지상의 불빛이 훨씬 예쁘고 그리고 따뜻하다.^^

참 아름다운 불빛들에 마음이 공허하게 출렁인다...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냥 서 있었다.
멍하니...

아니 멍하니..는 아니었을거다.
내가 살아온 날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구정을 쇠며 또 한살 먹는 기분이 착잡한 걸까?
잘 살아내지 못했기에
서글... 씁쓸..이겠지?

잘 살아오지 못한 내 삶에의 회한 속에,
그 세월 속에,
좋은 날도 있었다.
화사하게 반짝였던 날들...

그 화사함이란...
외부에서 주어지기도 하고
내가 내 마음속에 만든 것이기도 하다...

 

 

좋은 날들, 화사한 날들은
어쨌거나 내 인생에 선물로 주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그냥..
한 살을 또 먹으며
이 밤, 잠시 어떤 생각에 잠겨 본 것이고..

나는 내일 아침 씩씩하게 일어나
밝은 햇빛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