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ove Cats

엉아 사랑자리 넘보는 달콤이

by 해피로즈♧ 2009. 10. 19.

 

내가 어렸을 때 집엔 거의 늘 개가 있었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대문을 잠그고 살지만, 내가 어렸을 땐 대문은 아침에 열리면 종일 오픈 돼 있다가 밤이 되어야 닫히고,

종종 늦게까지 싸돌아 댕기다 돌아오는 우리 두 오라번들 때문에 대문을 잠그진 않고, 그냥 닫기만 하고서 대문 잠금장치는 풀어두었었는데, 그걸 그때 어른들은 지그려 놓는다는 표현을 쓰셨었다.

 

그렇게 대문이 늘 오픈 돼 있음에도 개는 묶어 놓지 않았고, 그런데도 개는 나가지 않고 늘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개는 집 대문에서 좀 멀리 떨어진 큰 도로에서 꺾어 우리집 들어오는 입구쪽에 들어서는 식구들의 발걸음을 용케도 알고는 달려나와 꼬리를 세차게 흔들곤 했었다.

내가 자라는 동안, 메리도 있었고 벅구도 있었고 쫑도 있었는데, 다 잡종 똥개들이었다.

그 중에 쥐약을 주워먹고는 눈에 파란 불을 키고서 집 앞마당 뒷마당을 미친듯이 마구 달려다니다 죽은 개도 있었다.

그렇게 죽느라 얼마나 힘들었으랴.. 그 광경은 지금 떠올려도 몹시 맘 아프고 속이 서늘해온다. 

날뛰는 개를 향해 우리 작은오빠는 벅구, 벅구, 안타깝게 불러대다가 장독대에 주저앉아 울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날의 나는 우리집의 개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싫어할 까닭도 없었고, 사랑하지도 않았다.    

 

또 고양이도 있었다.

지금처럼 집안에서만 키우는 게 아니고, 방문이고 대청마루문이고 종일 오픈돼 있는 집에서 들락날락하던 고양이들이었다.

그 고양이들 또한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닥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부엌에서 안방으로 밥상이 들여지며 엄마 심부름으로 밖에 어딘가에 계신 할머니, 아버지께 진지잡수세요~ 하고 오는 사이 고양이가 밥상에 올라가 생선을 물고 잽싸게 도망치는 걸 보게 되면 기겁할 일이었고 당근 싫었었다.

그리고 밖에 실컷 돌아다니던 몸으로 깨끗이 청소한 방에 들어와 아랫목에 깔아놓은 작은 이불 등등에 파고들어 앉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내가 청소하고 있을 때 방에 들어오다가 마주치면 나는 방 빗자루를 쳐들고서, 절루 안나가? 소리를 빽~ 지르며 내쫓아버리곤 했었는데 

그렇지만 어른들이 가만두시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곡물을 넣어둔 창고를 드나들고 방 천장에서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쥐 때문에 고양이는 꼭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 뒤, 내가 집안에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아망이다.

이 녀석이 우리 막둥이 손에 들려 첨 우리 집에 왔던 첫날, 나는 쳐다도 안보고 단호하게 잘랐었다.

있던 곳에 갖다놔라! 엄만 못 키운다!

 

 

처음 우리집에 온 날 목욕시켜서 스티로폼 박스에 신문지 깔고 넣어준 모습..

(쉬하라고..^^)

 

 

 

 

 

그러나 이렇게 이쁜 녀석을 어떻게 내칠 수 있었겠는가..

우리 가족이 되어 지금 2년 1개월 반이 되었다.

반려동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우리 가족이 된 아망이를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 상상 초월이다.

전에, 길을 가다가 동물병원 앞을 지나며 병원 유리문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안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때 난 참 이해가 안 가서 저짓들을 왜 할까... 그랬었다.

 

그랬는데, 내가 지금 그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까지 더 들여서...

 

두 마리가 되면서, 고양이는 다 우리 아망이같은 줄 알았다가 아망이와 많이 다른 달콤이로 하여 힘들기도 하고, 심란할 때도 많았다.

달콤이로 인해 우리 아망이가 똑똑한 고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낚싯대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도 보면 아망이는 똑똑한 면이 보인다.

 

달콤이가 들어오기 전에도 아망이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었었고,

달콤이가 들어온 뒤에도 아망이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부동의 1순위다.

아망이에 대하여는 신뢰와 애정이 깊고 그저 애틋하기 그지없다.

 

달콤이는 아기라서 그 고물고물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기 특유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날 사로잡긴 하였지만,

내가 아망이에 대한 사랑이 워낙 깊은 상태에다, 아망이를 키우면서 겪지 않은 어려움들로 달콤이가 날 힘들게 해선지 더 

달콤이는 그 고물고물한 무진 사랑스러움으로도 아망이에 대한 사랑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소변을 잘 안 가리는 문제로 늘 걱정거리다. 현재까지도 아직..

내가 집에 늘 있으면서 종일 신경 써서 살핀다면야 그나마 일을 덜 저지르겠지만,

어디 그럴 수가 있냐 말이지..

 

그런데 이놈에 정이란 게, 사랑이란 게 도대체 뭔지...

우리 달콤이 우리 가족 된지 이제 넉달 20일, 날이 갈수록 녀석은 자꾸 내 맘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

아망이에 대한 내 마음 깊이까지 따라잡고 있다.

 

아망이가 우리에게 안해주는 부분을 달콤이는 공략하고 있으니...^^

우리에게 고분고분 순하게 얼마든지 안겨주고 우리를 아주 잘 따른다.

현관에 나가는 걸, 내가 슷~~ 하며 제지하고, 또 화분의 식물 이파리를 뜯어 소리지르며 혼을 내면, 가구 밑으로 달려들어가 숨었다가

내가 컴터 앞에 앉아있으면 금세 내게로 와서 다리위로 올라와 파고든다.

그러는 게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 울애기 엄마한테 왔어~~  하며 쓰다듬으면 고롱고롱하며 계속 파고들고 내 다리 위에서 잠을 자곤 한다.

우리 아망이는 내가 그렇게나 이뻐해도 그런 행동은 안한다.

우리가 안으면 할 수 없이 몇초 동안 안겨있어 주긴 하지만, 금세 몸을 버둥거리며 빠져나가버리고..

그런데 달콤이는 우리가 수도 없이 수시로 안고 오래 있어도 순하게 안겨 있고, 그렇게 안고 있으면 얼마나 아기같고 이쁜지...

앉아 있는 내게 와서 파고들며 자리 잡고는 나도 너무 이뻐서 계속 쓰다듬어주면 고롱고롱~~하며 내 다리 위에서 잠을 자는 달콤이를 안고 있을 때마다

나는 그저 흐물흐물 달콤녀석에게 녹아버리곤 한다.

 

날 힘들게 하고 심란케 하면서 또한 늘 나를 녹이는 달콤이, 어젯밤과 오늘 아침, 웬 감동을 안겨주었다.

 

 

내가 아망이에게 원했던 용변 자리 방향, 화장실 문을 향한 자세다.

이 용변 자리와 자세는 용변도 발에 안 묻고,또 용변 후엔 젖어있을 때가 많은 화장실 바닥의 물도 덜 밟거나 안밟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자세라서 내가 아망이에게 원했던 자세였었다.  

그러나 아망이는 화장실 문을 등진 방향으로 변기쪽을 향한 자세를 잡아버렸다.

아망이는 그런 자세로 용변을 보아도 발에 용변은 전혀 묻히지 않으니 그 자세도 괜찮다고, 거기서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달콤이가 어젯밤과 오늘 아침, 두번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용변 보기 전에 늘 비닐을 뿌시럭거리며 긁기 때문에 비닐 한 장을 놓아주는데, 그 비닐을 긁다가 비닐이 이곳까지 오게 되는 바람에 어쩌다 이곳에 이렇게 이쁘게 쉬를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에 그랬는데 오늘 아침도 그러니 얼마나 기쁜지 완전 감동하여 칭찬을 배가 터지도록 하며 무지 쓰다듬어 주고, 간식을 아침부터 주지 않는 것을, 오늘 아침은 너무 이뻐서 아침부터 참치 간식을 주었다. 캬캬~  

점심 때 한차례 또 다시 쉬를 할 때는 얼마 동안을 화장실에 지켜 앉아서 유도를 하여 이 자세를 잡은 것이고...

 

희망을 가져보지만, 쉽게 믿을 수는 없다.

내가 집에 늘 있어야 이 용변자릴 길들일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애들도 학교 가고 없는 빈 집에서 이렇게 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주에 가는 걸 한동안 미뤄야 하나........ 에구.. 고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