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ove Cats

우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by 해피로즈♧ 2013. 12. 19.








얘들아! 안녕들 하니?



엇? 근데 크림이랑 똑같은 옷을 입은 저 아이는 누구?

크림이가 입은 저런 색 털옷을 입은 고양이는 이곳에선 크림이가 유일했었는데...

내가 서울 경주를 왔다갔다 하며 사느라 이 아일 못 봐서 그런가...






아줌마! 별로 안녕하지 못해요.


아, 저런...

니들 드나드는 구멍에 그 돌은 또 뭐냐?







누가 또 저 짓을 해놓은 건지..






우리들도 함께 좀 살면 안되나요?


그..그러게 말이다...

얘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래도 이 고양이정원에 사는 너희들은 행복한 편이지..





저 돌은 어찌된 건지 모르겠지만,


저 돌이 놓여있어도 고양이들은 저 구멍 안으로 들락거릴만은 하였고,


그러나 금세 치워졌습니다.






카드값



그런데..





이 화단급식소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빈 화분들로 급식소를 가렸는데,

고양이들이 가끔 후다닥거리며 이 빈 화분을 쓰러뜨려서 

깨지고..누추해졌었지요.






그렇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팔꽃 줄기나 분꽃 등등이 누추한 급식소를 잘 가려주었었습니다.






꽃순이는 이 급식소가 있는 앞 동에 살면서,

이 급식소로 새끼를 데리고 와 내가 차려놓는 밥을 먹으며 새끼를 키웠지요.






그러다 내가 옆 동으로 집을 옮기고,

거기에 새로 급식소를 만들고..


이 화단급식소엔 전처럼 매일 밥을 주러 오지는 못했는데,

그러니까 한번 줄 때 며칠 먹을 분량의 사료와 물을 배달하다가.. 

서울도 올라다니고 어쩌고 하는 사이, 

다행히도 내 바톤을 이어 이 화단급식소를 챙기는 사람이 생겼더라구요.

 





그렇게 화단급식소는 그동안 잘 운영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새 급식소에 밥과 물을 배달한 뒤, 또 슬슬 걸어 화단급식소엘 가보니..


앗!!

밥그릇 물그릇은 물론이고 그것들을 가려놓았던 빈 화분들 모두 싹 치워져버렸네요.

헉


몹시 당황..






겨울이 되어 급식소를 가려주던 화초들도 하나도 없으니,

급식소가 훤히 눈에 띄었겠지요.

더구나 우리가 살던 그 집에 할머니가 이사오셨다는데...



꽃순이모자냥 외에도 여기 밥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 어쩌지..


걱정 걱정, 심란..






혹시 몰라 들고간 사료를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이곳에,

이 아이가 앉아있는 자리에 밥그릇 없이 두어 군데 부어놓고,

화단급식소가 있던 동 뒤편으로 몇 군데 역시 밥그릇 생략하고 물도 못 주고 사료만 부어놓으며

참으로 심란해집니다.


동 뒤편에 그렇게 사료 부어놓다가 어둠속에서 참 반갑게도 꽃순이,꽃주 모자를 만났어요.

그래서 캔과 비닐 뿌시럭 소리로 새 급식소로 유인하는 생쑈를 벌였다지요.


긴 시간을 들여 새 급식소까지 유인하는 데 겨우 성공을 하긴 했는데,

새 급식소가 있는 곳에서 두 라인쯤 건너는 거리에

이 블로그에 단골로 등장했던 그 어미고양이가 지금 또 낳아 기르고 있는 새끼들과 함께 떡 버티고 있어선지..

새 급식소까지 겨우 따라 와서 내가 기쁨으로 따 드린 캔 간식을 조금 먹는 듯하다가..

무슨 소린가에 놀라며 후다닥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허탈하게도..

제 영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꽃순이 아들냥이 꽃주는 열심히 따라오다가 거의 다 온 지점에서 

다른 고양이(그 어미고양이)를 보고는 멈춰버렸고..




이제 본격적인 혹한기로 접어드는데..

이 아이들.. 밥이라도 잘 먹으며 추위를 견뎌야 할텐데...



길냥이들아! 이 추운 겨울, 부디 안녕들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