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란빛, 스산한 내 마음에 환하게 켜져라~
지난 주말, 휴일 내내 일 속에 파묻혀 허리 뽀사지게 일했다.
피로가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그러느라 들여다 보지 못한 블로그를 어제 열고 들어왔었는데, 피곤에 절여진 몸이 컴터 앞에서 끄덕끄덕 졸다가 나가곤 했다.
일주일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다 온 컴터 덕분에 그동안 미뤘던 인터넷 주문도 몇 가지 되는데,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어제 하루가 참 영양가 없이 시들시들 부실하게 흘러갔다.
2주전, 이사할 때, 새로 이사갈 집이 비워지고 우리가 들어가는 데 텀이 없었다.
그러나 이사 나가는 집에 돈을 먼저 빼주고 우리의 이사는 다음날로 어렵게 미뤄서 하루의 시간을 만들었다.
이사 나가자 마자 청소를 해야 했으므로, 도배할 시간은 없었다.
도배는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렵게 만든 하루의 시간은 도배보다는 청소를 택했다.
청소대행을 부르면 하루 종일 청소를 하므로 도배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도배를 생략하고 구석구석 말끔한 청소에 위안을 삼고 이사를 했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탤런트 전원주님이 청소대행 업체 하하크린을 운영하시는 걸 알았네..
전원주님의 이름을 믿고 그곳에 청소를 맡겼었다.
청소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그런데 이사하고 2주일, 이사 정리를 대충 거의 마친 상태에서,
지난 주말,휴일에 부분 도배를 했다.
벽지가 깨끗한 편이었는데, 포인트벽지가 영 거슬렸던 것이다.
저번 살던 집에서도 포인트벽지가 참 거슬렸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대충 참고 살았었다.
랑이 삼류술집 벽지 같다고 했었다.
이번에 새로 이사한 집의 쁠건 포인트벽지도 영 거슬렸지만, 귀찮아서 그냥저냥 적응하고 사는 쪽으로 몰라가고 있었는데,
랑이 이사 후 2주일만에 다시 서울 올라오면서 뻘건 포인트벽지 부분을 도배한다고 경주에서부터 벽지를 사가지고 왔다.
아이고~
덕분에 이틀 동안 허리부러지게 일했다.
옛날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지께서 도배를 하시는 건 몇 번 봤었지만, 그때는 아버지 일이었지 내 일이 아니었으므로
이번에 내손으로 처음 해보는 도배, 아니 도배 보조를 하는데, 게다가 빈 방을 도배하는 것도 아니고 가구를 끌어내면서 하는 도배, 힘들었다.
도배하면서, 옛날에 아버지 취향으로 벽지 골라다 도배하시던 생각도 많이 나고...
아버지가 골라다 도배 해놓은 벽지가 내 눈에도 모두 예뻤었다.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거의 완벽 꼼꼼한 스탈의 랑이라서 더 오래 걸리고 힘들었을 것이다.
거의 안쓰는 방이라고 대충 방치해둔 작은 방도 이번에 올라와 다시 꼼꼼 깨까시 정리해주고,
구석구석 살펴 손봐주고 가느라 랑은 얼마전부터 부실해진 허리가 더 나빠져서 내려갔다.
랑이 나이 먹는 티가 팍팍 난다... 에그~
이로써 이제 이사 정리는 끝났다.
더는 손대기도 싫다.
이사 다 끝나고 나니 가을 다 끝나버리고 겨울이.... 흐어어~~
이사에 바쳐버린 내 가을날이여... 흑흑~
돌아선 가을이 못내 섭섭하여 긴 뒷그림자 끝에 매달아보는 노란 국화 환한 빛....
이 노란 빛, 가을 끝의 내 스산한 마음 안으로 들어와 환하게 켜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