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언제나 환한 세상~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언제나 시간은 참 잘도 간다.
거기다 이번 2주일은 그 어느때보다도 후딱 지나버리고, 벌써 11월 둘째 주말.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볼 새도 없이 가을빛도 스러지고 있다...
올해 나의 가을은 이사에 묻혀버렸다.
아쉬운 마음..
이사하기 며칠 전에 우리집 컴퓨터 모니터가 돌연사 하셨었다.
오래 쓰다가 사망하셨으니 당장 달려나가서 새 모니터를 사오는 기동력이나 열성은 내게 부족하였으므로
우선 옛날 옛적에 쓰던 뚱뚱한 모니터를 끄집어 내다가 연결했다.
뚱땡이 모니터이다보니 무거워서 내다 버리기도 쉽지 않아서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아놓고는
그게 어쩌다 눈에 띌 때마다 저걸 어케 버리나.. 한번씩 그러고 말았었다.
딸래미 둘을 낳아 키우면서 아들에 대한 아쉬움같은 건 거의 없이 살았는데,
"거의"라고 말한 건, 둘째 낳았을 때 아주 잠깐 서운했었기 때문이었다.
큰애가 딸이었으니 둘째는 아들이면 구색이 맞고 좋을텐데.. 하는 "구색"차원의 아쉬움이었다.
친정이고 시댁이고 주변에서 아들들의 좋은 점을 구경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난 아들에 대한 선호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가끔 아들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때가 있었는데,
그건 무거운 걸 척척 들어줄 사람이 아쉬울 때였다.
딸 둘은 "척척"은 커녕 어쩌다 한번씩 시키기도 별로 편치 않았다.
자발적으로 하는 법은 절대로 없고, 일년에 한 두 번쯤 시키는 것도 낯빛이 별로 안좋고..
음.. 그래서 이런 이유로 아들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가벼운 가방 하나 드는 것도 못 들게 당연히 지가 빼앗아 드는 아들말이다.^^
얘기가 옆길로 한참 샜는데, 암튼 힘쓸 사람이 없는 바람에 내다 버리지 못하고 구석에 잔뜩 기죽어 웅크리고 있던 뚱땡이모니터가
날씬한 자태를 뽐내던 슬림한 모니터의 사망으로 갑자기 밝은 곳으로 끌려나와 마지막 빛을 발하였다.
고장나서 구석에 버려졌던 게 아니고, 슬림한 모니터에 밀려났었던 것이기 때문에 며칠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사하기 전날, 랑이 경주에서 올라오더니 번쩍 들어다 내버렸다.
아이고~ 이사하면서 모니터 사러 나갈 시간도 없을텐데 뭘 그거부터 내다버린대...
새 모니터 연결할 때까지 그냥 두지...
그랬는데 이사한 날 저녁에 랑이 모니터 사러 나가자고 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슬슬 걸어서 근처의 삼성프라자에 들러 잠깐 둘러보고 역시 근처에 있는 하이마트에도 갔다.
인터넷으로 모니터 한 대만 주문해서 받았으면 LCD 모니터와 LED의 차이점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썼을 텐데,
직접 가서 LCD와 LED 화면을 비교하니 확실히 차이가 난다.
가격 차이도 당근 있고..
삼성 SyncMaster Maggic BX 2050 LED
매장에서 볼 때는 큰 모니터들 사이에서 작아보였는데, 집에 와서 컴퓨터 책상에 설치를 해놓고 보니 매우 적당하다.
베리 근사하다.^^
와이드 화면을 활용하여 확대/축소 수준을 125%로 하니 글씨 크기도 적당하고 편안하다.
새 모니터 쏘아준 랑에게 감사!!^^*
이건 확대/축소 수준을 100%에 놓았을 때~
그런데... 근사한 모니터를 컴터 책상에 턱 설치하고 나니, 이런~~~
이번엔 새로 구입한지 5~6개월밖에 안된 컴터 본체가 뜬금없이 졸도를 하시네...
그래서 본체가 병원에 8일간이나 입원해 있다가 어젯밤 퇴원하여 돌아오셨다.
서비스센터에 그렇게 오래 계실 줄은 몰랐네..
컴퓨터 없는 세상을 어찌 살꼬..
완전 캄캄한 세상이다.
세상과 단절된 갑갑하고 불편한 세상...
인터넷뱅킹이나 각종 예약, 쇼핑 등등 불편이 말이 아니다.
병원 치료받고 다시 깨어나 돌아오신 그대,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의 역할에 충실하여 내게 언제나 환한 세상을 열어주시오!!
한번 아픈 것으로 끝내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많은 날들 우리의 컴질을 위해 목숨 다하도록 충성하고 떠난 옛 모니터에게
그리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내다버린 뚱땡모니터에게 감사와 미안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