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따라온 길고양이, 너도 버려진 아이니?
이번에 경주에 내려오기 전날 밤, 컨테이너에 길냥이 밥배달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
작은 도로 옆 어떤 집 대문 앞에서 고냥이 한 마리가 날 보더니 냐앙~ 하며,
내게로 가까이, 가까이~
응? 너 배고파서 그러니?
근데 너 그때 그 고양이 아니니?
이리와, 이리 따라와~ 저기 밥 있어 아가~
집 주변 두 군데에 사료 놓아두는 곳으로 데려와 밥좀 먹게 하려고,
컨테이너에서 사료를 몽땅 다 쏟아주고 오는 빈 밥가방을 흔들어대며
이리와~ 아가 이리와~
계속 그 아일 돌아보며 걸었더니,
졸래졸래 따라오는 녀석..
자, 여기다.
밥 먹어라 아가~
근데 너 오랜만이다~
어디서 지내고 있는거니?
이 아이는 바로 지난 6월에 "새로 만난 길냥이, 허겁지겁 사료흡입"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 했던 그 고양이.
월드컵 열기로 가득했던 지난 6월, 그날도 경주에 오기 바로 전날밤,
컨테이너에 밥배달 나가는 길에 집 주변에서 만났던 그 아이, 사료를 주자 허겁지겁 사료를 흡입하던 그 아이..
근데 이 녀석, 이번엔 사료는 먹는둥 마는둥~
이미 뭘 먹은거야?
근데 너 왜 날 따라왔어?
아니, 너 정말 안먹는거야?
난 너 배고픈 줄 알았잖아~
쪼그리고 앉아있는 내 다리에 제 몸을 착 붙이고 있는 모습~
참 별일이네~
다른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모두 얼른 달아나고 숨기 바쁜데..
이 녀석은 뭐야...
밥엔 관심이 없고,
내 다리에 제 몸을 착 붙이며 계속 부비부비를 날리는 이 녀석..
계속 내 다리에 부비부비하며 내 옆을 떠나지 않는 녀석 때문에
나도 어찌할 바를 몰라 꽤 오랜 시간을 그 녀석과 함께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밤 11시도 넘은 시간,
길고양이 밥주러 나간 엄마가 오래도록 집에 안들어오니 집에선 큰아이가 전화를 하고~
한동안 부비부비를 날리며 그러고 있더니,
내가 난감해하며 어정쩡하게 서 있자
내 곁을 떠나 아까 오던 길쪽으로 발짝을 떼는 녀석..
어디가~?
했더니 돌아보고..
가던 걸음 멈추고 털썩 눕는 녀석~
또 얼마동안 앉아있다가 일어서서 내게 부비부비를 한참을 하고는
발걸음을 떼기에,
어디가, 아가~~
부르니
날 쳐다보고는
다시 내 가까이로 와서 눕는 녀석,
신기해라~
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 플래쉬를 써서 사진을 찍으니
눈이 날카롭게 나오고, 예쁜 얼굴이 제대로 찍히질 않는데,
실제론 꽤 미묘..
녀석아, 왜 눈 흘기는 것이냐~~
전혀 눈 흘기는 거 아닌데...
순전 플래시 탓~
낮에 찍으면 월씬 부드럽고 예쁜 얼굴로 잘 찍힐 것을....
또 얼마 후에 저러고 가는 것을,
어디가~?
이제 갈거야?
했더니
가던 걸음 멈추고 다시 또 내 앞으로 와서 눕고
그리고 일어나 내게 부비부비 하다가
내 바로 앞에 완전 누워버리는 이 아이를....
집에 데려가고픈 생각 굴뚝같았는데...
다음날 경주에 내려갈 건데
어찌하노~
한 일 년 쯤 된 아이일까?
아님 8~9개월쯤?
관심있게 살펴보니 똥꼬부분에 땅콩이 안보이는 것도 같고..
여자아이인가...
냐앙~
가냘픈 목소리..
그 늦은 밤에 몇번이나
내 곁을 떠나 가다가,
이제 가는거야?
내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고는
참 신기하게도 다시 내게로 와서 편안하게 눕던 녀석...
근데 우리 두번 만난건데...
두 번 다 왜 꼭 내가 경주 가기 바로 전날만 만나지는거야...
한참을 내 옆에 앉아있다가 또 다시 길로 나서서 얼마큼 걷고 있을 때,
다른 고양이가 나타나서는 둘이 하악질을 하더니
이 고양이가 아까 오던 그 길쪽으로 바람처럼 후다닥~ 삼십육계를 놓고~
새로 나타난 얼굴이 재밌게 생긴 녀석도 그 뒤를 바람처럼 따라가고~~~
그러고서 다음날 나는 경주에 내려왔는데..
이 아이, 우리집 주변 화단으로 와서 밥을 먹고 있을지...
이 아이는 냐앙~ 하며 어찌 날 따라온 것일까...
우리 큰애 말대로 이 아이도 실내묘로 살다가 밖에 버려진 아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