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여행

[스크랩] [촛불소녀의 봉하마을 18신] 노무현 대통령이 내려앉은 곳

해피로즈♧ 2009. 7. 11. 14:07

이른 새벽부터 도착해 땡볕 아래서 기다린 사람부터
부랴부랴 서둘러 달려온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2시, 49제를 마치고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장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정말로 이별입니다.

 

 

4대 종교에서 의례를 취한 뒤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먼저 헌화를 시작합니다.
장의위원단과,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각 정당대표, 각계 대표들이
그 뒤를 이어 헌화를 했습니다.

왼쪽으로 멀리 부엉이 바위가 보입니다.

 

 

 

미처 안장식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멀리에서라도
가는 길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에 까치발을 들고 섭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들이 국화를 들고 영정 앞에 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14명의 시민대표들 입니다.
그가 무료변론을 했던 부림사건의 피해자
국회의원 시절 현장에 달려가 억울함을 대변해주었던 원진레이온 노동자
대선후보시절 찬조연설을 했던 자갈치 아지매
포장마차를 끌고 전국을 돌며 선거 지원을 했던 사람
청렴한선거 풍토를 바꾼 희망돼지 모금을 이끌었다 구속까지 당했던 사람
선거에 조금이라도 보태써 달라며 아이 돌반지를 보냈던 사람

훗날 대통령이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며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던 것에 감사하며 온 진해웅동중학교의 학생
과거사 진상규명을 통해 반세기가 넘도록 쌓여온 한을 풀게된 제주 4.3 사건 피해자
군사정권 시절 억울한 혐의를 쓰고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유족
청와대 초청공연에서 그와 손을 잡고 함께 노래를 불렀던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대통령님을 만나고 싶어요" 암투병 중이던 소녀의 소원으로 그와 만났지만

안타깝게 숨진 소녀의 어머니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장군차를 함께 키우며 마을 살림을 살려낸 농민
그리고 내 아이가, 그 누가 먹어도 좋은 쌀을 만든 오리농법을 그와 함께 연구하고 전파한 농민

 

그가 누구와 함께 하는가, 누구와 친하고, 누가 그를 적대하는가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드러납니다.
이들의 얼굴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또다른 얼굴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마음으로 이곳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입니다.

 

 

 

사진을 찍는 내내 이유모를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들의 친구가 될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들의 편에 서줄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제 집은 ‘지붕은 낮은 큰 집’입니다."

"여러분 멀리서 오셨죠?

 여러분 저녁을 어디서 드실랍니까? 제 집 지어놨습니다.

 오늘저녁 어디서 주무실랍니까? 걱정 마십쇼 우리 집 있습니다.

 그런데 말해놓고 나니까 큰일이내요. 인자 우리 집에 가야 되는데, 다 못 들어 간데요. (하하하)

- 퇴임 후 봉하마을 첫 인사에서

 

지붕이 낮은 집이라며 언제든 오셔서 자고 가시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그가 영면에 든 집은 낮고 아담하고 넓은 품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서 시민으로 그리고 다시 흙으로

이제 남은 것은 영정과 유골함,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받는 무궁화 대훈장.
퇴임 후 받는 것이 도리라며 사양했던 그것만 남은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을 작은 나비가 찾아주었습니다.

 

 

떠나는 하늘길, 외롭지 않게 사람들이 나비를 날려 전송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나비는 이곳에 내려앉았나 봅니다.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키운 봉하마을의 논밭에 나비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자연이 묵묵히 지치지 않고 긴호흡으로 열매를 맺고 생명을 키우듯,

우리의 삶도 그런 힘으로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요.

 

"안 되는 일이라는 게 없지요.

 어떤 일이라는 것은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작은 씨앗이 변화를 수용하면서 그 안에 작은 싹을 키우고,

 자라고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열매가 맺는 것이지요."

"열매가 그렇게 맺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많은 싹이 다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싹이 있어야 하나의 열매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결실이 있는 일인지는 우리가 너무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하고 안 되는 것같이 보이는 많은 일들이 다 하나하나 싹을 틔우고……

 말하자면 물주고 키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안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멀리 보면 결국은 다 그렇게 가게 돼 있는 일 중에 내 몫이 얼마인지 몰라서 노력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너무 시야를 짧게,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고 시야를 짧게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 퇴임 무렵, 오마이뉴스 인터뷰 중에서

 

당신이 주신 그 가르침, 그 살아갈 힘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슬픔일랑 놓아두고 평안히 잘 가시길.

 

▶ 이전 소식 더 보기 클릭

http://cafe361.daum.net/_c21_/bbs_list?grpid=1E9jD&mgrpid=&fldid=2wob

 

--------------------------------------------------

7월 11일(토) 촛불소녀의 코리아에서

더 많은 분들과 봉하마을에 내려갑니다.

오전 8시, 광화문에서 출발합니다.

함께 가실 분들은 오늘 밤 12시까지 신청받습니다. 

아래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봉하마을 신청하기

 

출처: http://cafe.daum.net/candlegirls <촛불소녀의 코리아>

출처 : 脈가이버의 Pulstory
글쓴이 : 脈가이버 원글보기
메모 :